일본 외무성의 외교청서 발표, 문부과학성의 교과서 검정결과 발표는 모두 해마다 반복되는 연례행사다. 그만큼 이미 예고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독도에 대한 일본의 도발 수위가 4년 전에 비해 한층 높아진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는 우리 정부로선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외교부 대변인 성명, 교육부 성명, 주한일본대사 초치 항의 등 강경 대응하는 이유다.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일본 문부과학상은 4일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에 대해 “자국 영토를 올바르게 가르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다른 나라가 항의할 일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는 이런 발언들이 일본 정부와 정치지도자들의 영토 및 역사인식 문제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1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동원한 고노담화를 계승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후에도 계속 일본 정치권에서 딴 소리가 나온 것도 아베식 ‘뒤통수 치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다자회동 형식이긴 하지만 한·일 두 나라 정상이 양국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발표가 나온 것은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반론도 존재한다. 일각에선 교과서 검정 및 외교청서 문제는 1년 전부터 계속 진행돼 오던 것으로, 이번 발표는 일회성 이벤트인 만큼 한·일 관계 전반에 메가톤급 악재로 크게 부각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달 말 한·일 방문을 앞두고 미국이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을 이슈로 한·일 관계 안정화에 노력하고 있고 두 나라 역시 호응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양국 관계의 급속한 추가 악화를 예고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한·일 양국이 과거사 사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외교당국의 국장급 회의 개최 문제를 계속 협의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