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연구원 "대기업 골목상권 장악으로 노동소득 분배율 떨어져""

"노동연구원 "대기업 골목상권 장악으로 노동소득 분배율 떨어져""

기사승인 2014-04-06 23:51:00
[쿠키 경제] 한국 경제가 성장해도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이득이 적은 것은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기업들이 자본집약적 투자를 하다보니 일자리 창출효과는 크지 않은데다 골목상권마저 이들이 장악하면서 영세 자영업자들도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서비스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성장과 분배의 불균형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6일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은 1997년 75.8%에서 2011년 68.2%로 7.6% 포인트 하락했다. 1983~1997년 0.9% 포인트 하락한 것보다 8배 이상 높다. 노동소득분배율은 한 나라의 전체소득 중에서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나타낸 것이다. 분배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노동에 대한 보상이 줄고 기업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부분이 늘었다는 의미다.

원인은 97년 외환위기 이후 나타난 한국경제의 특수성에 있다. 대개 선진국형 경제로 이동할수록 농림어업과 제조업이 후퇴하고 서비스산업 위주의 ‘탈산업화’가 진행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대 이후 제조업이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제조업 비중은 전체의 25% 수준이었지만 2011년에는 비중이 30%를 웃돈다.


문제는 일부 제조업 대기업만 급속히 성장하면서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자본재에 투자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고용을 뒷받침하는 데 한계를 보인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와 현대차 매출액이 국내총생산(GDP)의 22.1%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는 두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소수 대기업의 채용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자영업자가 몰락하며 저임금 노동자가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대기업들이 음식업 등 도·소매업에 대거 진출하면서 자영업자들은 경쟁력을 잃고 밀려났다. 1980~90년대에는 임금이 상승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외환위기 이후에는 비정규직 증가로 저임금노동자의 분배율이 크게 하락했다. 특히 최근 규제완화 바람을 타고 골목상권 보호도 없어져야 할 규제로 거론되고 있다.



앞으로 정부 계획대로 금융보험업 등의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서비스업이라도 상대적으로 저임금 근로자가 많이 종사하는 사회서비스업과 개인서비스업은 노동소득분배율이 높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선(先) 성장 후(後) 분배’를 염두에 두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성장의 과실이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분배 문제를 먼저 거론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민기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성장이나 산업정책의 측면에서는 고부가가치 산업의 성장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이지만 분배의 측면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개인서비스업 등 영세자영업자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국민일보 쿠키뉴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백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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