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대통령이 할 일을 몰랐다” 청와대 홈피에 드러난 분노의 민낯

[세월호 침몰 참사] “대통령이 할 일을 몰랐다” 청와대 홈피에 드러난 분노의 민낯

기사승인 2014-04-28 00:34:00


[쿠키 정치]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드러난 정부의 위기관리 무능에 대한 분노가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소통광장 자유게시판에는 27일 오전 9시50분 무렵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란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정송은씨는 “숱한 사회 운동을 지지했으나 솔직히, 대통령을 비판해 본 적은 거의 없다”라며 글을 시작했다. 28일 0시쯤 이 글은 30만이 넘는 조회수에 1만7000회를 넘는 공감수를 얻었다. 청와대 홈페이지 운영자가 지난해 12월 올린 공지글 보다 20배 이상 많은 조회수였다. 청와대 홈페이지는 실명 인증을 해야 기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이처럼 많은 조회수와 공감수는 매우 이례적 현상이다.

정씨는 글에서 “대통령이란 직책, 어려운 거 안다”라며 “그래서 대통령을 쉬이 비판할 수 없는 이유도 있었다”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 물러나라는 구호는 너무 쉽고, 공허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씨는 “하지만 이번에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임무를 수행해야 할 아주 중요한 몇 가지를 놓쳤다”라며 조목조목 지적을 하기 시작했다.

정씨는 “첫째 대통령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뭔지도 몰랐다”라고 말했다. 그는 “‘구조 왜 못하냐, 최선을 다해 구조하라’ 그런 말은 누구라도 할 수 있다. ‘잘못하면 책임자 엄벌에 처한다’ 그런 호통은 누구나 칠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할 일은 그게 아니다”라며 리더는 “아래 사람들끼리 서로 조율이 안되고 우왕좌왕한다면 무엇보다 무슨 수를 쓰든 이에 질서를 부여하는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정씨는 이어 “둘째, 사람을 살리는 데 아무짝에 쓸모없는 정부는 필요없다”라고 했다. 구조작업에서의 적극성 부족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덕수궁 앞 쌍용차 분향소 철거 사태와 송파 세모녀 자살 사건을 예로 들며 “사람의 생명이 우선이었던 적은 없었다”라고 했다. 세 번째로 정씨는 “책임을 지지 않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라고 했다. 그는 “막대한 권한과 비싼 월급, 고급 식사와 자가 비행기와 경호원과 그 모든 대우는 책임에 대한 대가”라고 했다.

정씨의 글에는 실명 인증을 해야만 댓글을 달 수 있는데, 이날 0시쯤 5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박 대통령 지지자가 몰리는 청와대 홈페이지임에도 불구하고 공감이 다수였다. 유모씨는 “대통령이 반드시 읽구… 수첩에 적어놔야 될 글이네요”라고 했다. 물론 대통령에게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는 반론도 있었다.



하지만 정씨 글 이외에 대통령 탄핵을 언급한 또다른 정모씨의 글도 2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지금의 국민 요구가 어거지스러운가”라거나 “정치적 책임을 촉구한다”는 글들이 계속 올라왔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국정운영 부담을 이유로 사의를 표명하고 사고 수습후 물러나기로 했지만, 청와대 홈페이지에 드러난 국민들 목소리는 가라앉을 줄 모르는 현실이다.

사진=국민일보DB,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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