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유세·거리인사 등 ‘시끌벅적’ 유세 실종…애도성 문자도 조심=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당내 경선에 나선 예비후보들 사이에선 최근 “투표밖에 할 일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차량유세나 출퇴근길 인사 등은 물론이고 애도 문자를 보내는 것조차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 당원·대의원과 일대일로 만나는 게 사실상 일정의 전부인데 이마저도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 자제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은 29일 대구·충남을 시작으로 30일 부산·대전·강원, 다음달 9·10·12일 각각 인천·경기·서울에서 경선을 진행할 방침이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적 애도에 동참하며 조용한 선거를 치르겠다”고 강조했다.
당장 대구 경선을 앞두고 있는 새누리당의 한 예비후보는 문자메시지로 “전 국민이 너무 힘들어하는 가운데 일상으로 돌아오기가 민망하다”며 여론조사 지지를 조심스럽게 호소했다. 서울시장 경선에 나선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혜훈 최고위원도 세월호 참사 이후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29일 열릴 예정인 2차 TV토론도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최고위원 측 관계자는 “논쟁은 피하고 안전공약에 대한 소신을 밝히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9일 부산과 30일 경남, 다음달 11일 경기도지사 경선을 각각 진행한다.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인 원혜영 김진표 의원,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은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 대부분이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학생들이라 각별히 언행에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정부 책임론’, ‘정권 심판론’으로 옮겨 붙나…‘안전’이 최대 이슈로 부상=세월호 사고 이전만 해도 이번 지방선거에선 정권 심판론이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워낙 높은데다 정부와 여당이 ‘규제혁파’와 ‘통일 대박론’ 등을 내세워 정국을 주도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한 모습에 여론이 들끓으면서 정부 심판론의 불씨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커졌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1~25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25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박 대통령 지지지율은 57.9%로 전주보다 6.8% 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는 6.6% 포인트 상승한 33.8%였다. 이번조사는 유무선 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5.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 2.0% 포인트였다. 야권은 사태가 수습 국면에 접어들면 정부의 무능을 집중 질타하면서 공세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무상급식 같은 대형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안전’에 쏠리고 있다. 지방선거 후보들도 ‘지역주민의 안전을 위해 일할 후보’라는 점을 내세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