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위안부 문제, 제3의 목소리’ 심포지엄에선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제언이 나왔다. 이 심포지엄은 위안부 문제가 한·일 간에 정치적이고 국가문제화되면서 정작 위안부 할머니들의 목소리는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는 성찰도 담았다.
기조발제자로 나선 박유하 세종대 교수는 “현재 한국의 지원단체와 정부는 일본에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그러나 55명의 위안부 할머니들 중에는 그와는 다른 의견을 가진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법적인 책임 문제에 대해선 “일본은 과거 남성들을 전쟁에 동원하면서 남성을 위한 법은 준비했지만 (위안부) 여성들을 위한 법은 만들지 않았다”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의 보상과 사죄는 필요하지만, 법적 책임을 묻고 싶어도 그 근거가 되는 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특히 최근 시작된 위안부 관련 한·일 정부 국장급 협의에 대해 “우리는 1990년대와 2012년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두 번 놓쳤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더 이상 위안부 할머니들을 국가나 관련단체의 자존심을 위한 인질로 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5년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된 일본의 아시아여성기금에 관여했던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는 위안부 피해자 개인의 의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와다 교수는 “당시 아시아여성기금을 받았던 위안부 피해자 60명은 (관련 지원단체로부터) 정신적인 압력을 받았다”며 “무엇이 피해자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선 “지원단체를 통하지 않고 보상금을 할머니들에게 직접 주는 게 좋겠다는 말도 있다”는 등 익명을 요구한 위안부 할머니 5명의 육성도 공개됐다. 김문숙 부산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장은 “위안부 할머니들은 끝까지 일본으로부터 사죄를 받고 배상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할머니들이 살아있을 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