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deep] 정부, 재난안전 예산 확대… 예산당국 고민 늘어

[Wide&deep] 정부, 재난안전 예산 확대… 예산당국 고민 늘어

기사승인 2014-05-01 19:08:00
[쿠키 경제] 정부가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재난안전 예산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자연재해에 편중된 재난관리에서 벗어나 사회적 재난을 포함하는 통합대응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기초연금 등 각종 복지공약에 들어가는 의무지출이 늘어나는데다 재정건전성 압박도 심해지고 있어 예산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강도 높은 세출구조조정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당초 공약가계부에서 제시했던 목표를 달성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재난안전 예산 늘려 통합재난대응시스템 구축=정부는 1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2014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통합적인 재난대응시스템 구축, 재난대응 교육·훈련, 재난대응 관련 연구·개발(R&D) 투자 확충 등 재난관리 분야 지원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각 부처는 모든 안전 관련 예산과 업무를 철저히 재검토해 달라”며 “안전에 대한 국가 틀을 바꾸는 데 예산을 우선순위로 배정하고 인력과 예산을 중점 지원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자연재해 대응과 해양경비역량 강화, 유해물질 관리 등에 머물러 있었던 재난안전 범위가 사회적 재난 예방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은 재난 컨트롤타워와 안전 시스템 정비다. 정부는 국가안전처를 신설해 소방방재청과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등 부처별로 나눠져있던 재난안전 기능을 통합하고 예산도 대폭 증액할 방침이다. 또 재난안전의 무게중심이 자연재해 대응에서 안전관리 시스템 정비, 재난발생 시 현장대응력 강화로 이동한다. 이 때문에 전임 정부 때 4대강 사업과 함께 추진됐던 각종 지류하천 정비사업 등 자연재해와 관련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대폭 줄어든다.

예산안과 함께 제출하는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도 수정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재난관리예산을 2017년까지 연평균 4.9% 줄이기로 했었다. 하지만 올해 국회에 제출하는 ‘2014~201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재난관리 분야 재정투자 계획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안전·복지·문화예산 빼고 다 줄인다=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내년에 허리띠를 더 졸라맨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재정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복지 지출에다 안전 예산까지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초연금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내년 기초연금 예산은 7월부터 지급 예정인 올해보다 배로 늘어난다. 한 번 정해지면 깎기 어려운 복지지출의 특성상 내년에도 복지 지출은 더 늘어난다. 정부는 안전과 복지 예산 외에 문화 관련 예산도 현재 재정의 1.5% 수준에서 2%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반면 SOC와 산업, 국방 분야 예산은 감축 1순위에 올라있다. 정부는 민간자금을 활용해 건설투자를 보완하고 중복사업 600개를 통폐합하는 등 지출을 효율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SOC 예산은 지난해에도 정부가 원점 재검토 방침을 밝혔다가 국회를 거치면서 전년보다 9000억원이 증액됐다. 또 SOC 사업은 경기후퇴 속도를 줄여주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 지금은 SOC를 줄여 숫자를 맞추더라도 경기회복세가 더디게 진행되면 경기활성화 카드로 SOC를 꺼내 쓸 수 있다는 의미다.

복안은 전면적인 재정개혁이다. 재정사업 중 유사·중복 사업을 줄여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완료된 70여개 재정개혁 사례를 통해 2014~2018년 약 20조원을 절감할 것으로 본다. 올해도 부처 간 비슷한 사업이 많은 아동돌봄사업, 다문화가족 및 북한이탈주민 사업을 일원화해 재정낭비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또 재원마련 계획 없이는 신규사업을 벌이거나 기존 사업을 늘리지 못하도록 하는 페이고(Pay AS YOU GO) 원칙을 예산 편성단계부터 적용한다.

◇세출절감 점점 힘들어져=정부가 재정혁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별도의 재원마련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씀씀이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경기침체 여파로 올해 세수도 불안한 상황이다.

공약가계부 상 세출절감 계획도 초반부터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올해 정부가 세출구조조정으로 마련해야 하는 재원은 9조5000억원이지만 5조5000억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사회간접자본과 산업 분야 예산을 늘리면서 4조원 가량 지출절감을 하지 못했다”며 “재정혁신을 ‘키 포인트’로 삼아 모범사례를 더 많이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총 134조8000억원의 공약 재원 가운데 정부가 2017년까지 세출구조조정으로 조달해야 하는 재원은 84조1000억원이다. 특히 올해 9조5000억원, 내년 18조7000억원, 2016년 23조1000억원 등 박근혜정부 임기 말로 갈수록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재정건전성 부담도 크다. 지난해 경기활성화 차원에서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국가채무도 올해 50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앞으로 총지출 증가율(3.5%)을 총수입 증가율(5%)보다 낮게 유지한다는 방침이어서 지출 효율화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종=국민일보 쿠키뉴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백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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