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불황'을 극복하라…정부, 원포인트 민생대책 발표

'세월호 불황'을 극복하라…정부, 원포인트 민생대책 발표

기사승인 2014-05-09 18:37:00
[쿠키 경제] 정부가 세월호 참사 이후 위축된 소비를 끌어올리기위해 경기보완책을 내놨다. 하지만 기존 융자정책을 늘리는 정도의 ‘원포인트’ 대책인데다 재정을 투입해 성장률을 높이는 ‘숫자 맞추기’로 소비심리를 살리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기획재정부 주관 대책이 대통령 행사로 격상됐지만 민생 전반이 아닌 특정 업종 지원에 치우친 한계도 안고 있다.

정부는 9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긴급민생대책회의를 열고 2분기 재정집행 규모를 107조7000억원에서 115조5000억원으로 7조8000억원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재정집행률이 당초 목표 55%에서 57%로 2%포인트 올리면 2분기 성장률이 전기대비 0.2% 포인트 가량 늘 것으로 봤다.


여행·운송·숙박업 등 매출 피해가 심해진 업종 지원도 늘린다. 관광진흥개발기금 150억원을 포함해 기업은행 대출(총한도 300억원) 및 소상공인 정책자금(최대 300억원) 등 750억원의 정책자금 융자를 지원한다. 피해 지역 어민과 영세사업자에게는 부가가치세 납부기한을 연장해주는 방안도 포함됐다.


다만 대책의 초점이 단기간에 악화된 소비심리 회복에 맞춰져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피해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하게 대책을 준비하다 보니 엉거주춤한 부양책의 모양새가 됐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정부소비를 늘려 부족한 민간소비를 대체하겠다는 것이지만 참사 이후의 혼란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소비심리가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어느 사고보다도 내수부진이 길어질 것을 걱정하면서도 정책 기조를 민생 쪽으로 과감히 틀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인 지표가 확인되는 이달말을 거쳐 다음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변화 여부를 검토하기로 해 정책 실기 우려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경제는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중요하다”며 “경기지표가 나빠진 다음 뒤늦게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선제적으로 대응해서 심리 위축을 최소화하고 경기회복의 모멘텀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내용 담겼나

정부가 9일 발표한 긴급민생대책은 선제대응, 소규모 경기부양책에 방점이 찍혀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하지만 본격적인 경기부양책을 쓰기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다만 가라앉고 있는 소비심리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방어막을 치고, 여행·관광업 등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업종에 각종 지원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단기대응으로 소비심리 위축 막는 데 중점=정부는 상반기에 돈을 더 풀기로 했다. 2분기 정부 재정지출은 80조8000억원에서 86조8000억원으로, 지방자치단체 재정지출은 26조9000억원에서 28조7000억원으로 각각 늘린다. 상반기 재정집행률은 55%에서 57%로 증가한다.

한국은행도 중소기업에 저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을 조기집행키로 했다. 기술형창업지원(2조5000억원)과 영세자영업자지원(4000억원) 등 여유자금 2조9000억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재정 조기집행률을 끌어올려도 지난해 상반기 조기집행 목표치(60%)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정부가 경기위축을 우려하긴 하지만 상황을 겉으로 표현하는 말처럼 비관적으로 보진 않는다는 얘기다. 다만 세월호 참사로 소비 부진이 이어지면서 이를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철주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소비심리 자체가 계속 떨어질 수 있어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대책”이라며 “심리적 영향이 계속되기 전에 먼저 차단막을 쳐놓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소극적인 움직임의 배경에는 세월호 참사를 일시적인 경제 외부 충격으로 보는 관점이 깔려 있다. 경기의 전체적인 흐름은 완만한 회복세지만 외부 충격으로 민간소비 부문에서 탈이 났기 때문에 이를 보정하는 수준에서 경제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표출된 추모 분위기를 감안할 때 민간소비가 단시일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행·숙박업 등 피해예상업종 사업자에 750억원 융자 지원=이번 대책은 세월호 참사 이후 계약 취소로 영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여행·운송·숙박업 등에 지원을 집중키로 했다. 우선 관광진흥개발기금에서 150억원을 중소업체에 저리로 융자해줄 계획이다. 세제상으로는 이들 업종의 업체들이 신청하면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납부기한을 최대 9개월까지 연장해준다.

기업은행의 기존 대출은 만기를 최대 1년 연장해주고 업체당 최대 3억원(총한도 300억원 이내)까지 저리로 대출해줄 방침이다. 음식점과 여관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300억원 규모로 특별자금 공급 및 저리융자를 시행한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 정책금융 보증지원도 늘린다. 기존 보증 전액에 대해 만기를 최대 1년 연장해주고, 보증료율을 1.3%에서 1.0%로 낮춰주는 특례보증도 지원한다.

진도와 안산 등 피해지역 어민과 영세사업자 지원책도 포함됐다. 기름 유출 등으로 2차 피해를 본 점을 감안한 것이다. 정부는 진도와 안산 소재 모든 사업자를 대상으로 지난달 25일로 납부기한이 도래한 부가가치세 신고·납부기한을 일괄적으로 7월 25일까지 3개월 연장키로 했다. 정부는 정책효과를 높이기 위해 다음주부터 관련 대책을 즉시 시행할 방침이다.

이날 긴급민생대책회의에 참석한 업계 인사들이 정부가 제시한 규모보다 융자 지원을 더 늘리고 세금 감면 등 정책지원 확대를 요구한 것도 중소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소비가 얼마나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세종=국민일보 쿠키뉴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백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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