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 “역린, 지금처럼 뭇매맞을 작품은 아냐”

현빈 “역린, 지금처럼 뭇매맞을 작품은 아냐”

기사승인 2014-05-12 12:35:00

[쿠키 연예] 2012년 12월 6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해병대사령부 앞은 이 남자를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다 군에 입대한 배우 현빈(본명 김태평·32)의 전역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현장을 찾은 취재진과 팬의 수는 1000명이 넘었다.

현빈은 취재진과 팬들 앞에서 거수경례로 전역을 ‘보고’한 뒤 감사의 큰절을 올렸다. 그는 “단단해지고 든든해져서 돌아오겠다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킨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연기를 너무 하고 싶었다”고 말하다 갑자기 울먹이기 시작했다. “저에게 다시 (연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왔습니다. 잘 준비해서 여러분들에게 저의 에너지를 돌려드리겠습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역린’(감독 이재규)은 이처럼 현빈이 군 제대 이후 선택한 스크린 복귀작이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대중은 요즘 현빈의 복귀에 환호하고 있다. ‘역린’은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작 기근에 시달리던 한국영화계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역린’은 조선 제22대 임금인 정조(1752~1800)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정조 즉위 1년이던 1777년 7월 28일 자객이 정조의 침전까지 침투한 사건인 정유역변을 모티브로 했다. 주인공 정조 역을 맡은 현빈을 비롯해 정재영 조정석 한지민 조재현 김성령 등 스타급 배우가 다수 출연한다.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현빈을 만났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소감은.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갈린 상황인데도 많은 분들이 극장을 꽉꽉 채워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더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 무대 인사를 다니다보면 ‘역린’을 10번 봤다는 팬도 계시더라. 그 분께 ‘더 보셔야 한다’고 말씀드렸다(웃음). 무대 인사를 가면 호응은 되게 좋더라.”

-흥행에 성공한 이유를 자평하자면.

“우선 정조라는 왕에 대해 대중이 많이 좋아해주시는 거 같다. 이재규 감독님의 스타일리시한 영상도 호평을 받는 것 같고, 좋은 배우가 많이 나오는 점도 관객을 극장으로 이끈 요인일 것이다.”

-정조를 연기하며 염두에 둔 부분이 있을 텐데.

“대사 톤을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았다. 정유역변은 정조가 스물다섯 살이던 시절 벌어진 일이지 않나. 기존 왕의 근엄하고 중후한 이미지, 이런 이미지와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감독님도 기존 왕과 같은 연기를 하는 걸 원치 않으셨다. 물론 첫 사극이니 어려운 점도 많았다. 분장이나 의상도 어색했다.”

-영화 속 탄탄한 근육질 몸매도 화제가 되고 있다.

“시나리오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정조의 완벽한 등 근육, 세밀하다.’ 이 대목 때문에 촬영 전 3~4개월 동안 운동을 했다. 멋있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닌, 시나리오에 충실하기 위해서였다(웃음). 그 시절(조선시대) 운동법은 (기구를 이용하지 않는) 맨몸 운동 밖에 없을 것 같아서 실제로 운동도 그런 식으로 했다. 몸을 만들면서 너무 힘들었다.”

-영화에 대한 안 좋은 평가도 많은데.

“제 분량이 생각보다 적어서 실망하는 팬들도 있는 것 같고, 계속해서 등장하는 회상 장면이 감정을 끊어놓는다는 불만도 있는 걸로 안다. 내용이 어두워서 영화를 ‘즐기기 위해’ 극장을 찾은 분들은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역린’은 시각을 달리하면 전혀 다르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지금처럼 뭇매를 맞을만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워낙 기대치가 높아서 실망하는 분들도 계신 것 같다.”

-복귀를 앞두고 부담은 없었나.

“카메라 앞에 다시 서는 것, 과연 빨리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걱정은 없었다.”

-‘역린’이 흥행으로 정조의 리더십이 다시 조명 받는 분위기다.

“정조는 바로 우리가 원하는 군주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영화에 등장하는 중용의 문구도 많이 화제가 되는데, 아무래도 시국이 요즘 이렇다보니 계속 되새겨지고 있는 것 같다.”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군인, 변호사…. 아직 안 해본 역할이 훨씬 많다. 상반기에 ‘역린’을 선보였으니 빨리 준비해서 하반기에도 작품을 내놔야 한다는 식의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좋은 작품이 무엇인지에만 신경 쓰고 있다. 물론 다음 작품을 또 사극을 선택하진 않을 것 같다.”

-‘역린’으로 훗날 어떤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나.

“다른 정조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말을 듣는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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