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들을 돕기 위해 방한한 이스라엘 민간구호기구 ‘이스라에이드(IsraAID)’ 요탐 폴라이저 아시아지국장은 12일 “교대 근무를 통한 상담과 치료는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자들의 정신적 충격을 치유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들의 고통에 친구처럼 귀 기울이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장기적 치료시스템을 서둘러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폴라이저 지국장 등 이스라에이드 의료진 3명은 오전 국제구호NGO ‘굿피플’과 함께 광주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사회복지사 등 60여명을 상대로 효율적 심리치료 기법 등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앞서 11일 오후에는 조선대병원에서 전남대와 조선대, 기독병원 정신과 전공의 등 40여명과 같은 성격의 세미나를 개최했다. 그는 설명회와 세미나에서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을 찾아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을 살펴봤다”고 전제한 뒤 “실종자 가족뿐 아니라 민간잠수사, 자원봉사자의 치료도 매번 바뀌는 정신과 의사 등을 통해 이뤄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들의 말을 차분히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초기 공황상태에서 분노와 원망을 넘어 현실을 그대로 수용하는 데는 3~4 단계를 거치는 데 최소 몇 년이 걸립니다. 우리는 앞으로 2년 동안 50명의 트라우마 치료 전문가들을 한국에 파견할 것입니다.”
이스라에이드는 언어소통이 원활치 않고 정서적 공감대가 적어 세월호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치유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하지는 않지만 한국 상담전문가들에게 노하우를 전해줄 계획이다.
폴라이저 지국장과 동행한 에스티 아브논 정신과 박사(이스라엘 하이파대학 교수)는 “분노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도록 편지를 쓰거나 음악·미술을 수단으로 한 치료 등 다양한 방법으로 피해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브논 박사는 “잦은 전쟁 등으로 트라우마 치료의 전문성을 확보하게 된 이스라엘의 경우 극한상황을 겪은 피해자들을 위한 심리상담사와 사회복지사가 따로 배치돼 있다”며 “세월호 피해자들에게도 ‘조직화된 의료진’이 지속적 방문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대학 소속인 슬로밋 브레슬러 교수도 “한국의 정신과 의사 등에게 가족을 잃은 이들을 20여 년간 치유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전달할 것”이라며 “돕겠다는 것보다는 동병상련의 심정에서 그들의 아픔을 최대한 헤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에이드는 전쟁과 테러의 공포에 시달리던 이들을 돕기 위해 2001년 이스라엘에서 설립된 세계적 트라우마 치료 전문가 단체다. 지난 주 안산 단원고를 먼저 방문한 이스라에이드의 이번 방한은 국제구호NGO ‘굿피플’의 지원을 받아 성사됐다. 이들은 2001년 2001년 미국 9·11테러와 2010년 아이티 지진, 2011 일본 대지진, 2013 필리핀 하이옌 태풍 등 20여개 국가의 테러와 자연재해 현장에서 체계적 트라우마 치료를 담당했다.
광주=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