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규정도 모르고…” 외국인선수 귀화 추진한 얼빠진 농구 운영위

“아시안게임 규정도 모르고…” 외국인선수 귀화 추진한 얼빠진 농구 운영위

기사승인 2014-05-21 01:06:00
[쿠키 스포츠] 농구 국가대표 운영위원회가 아시안게임 귀화 선수 자격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국가대표가 될 수 없는 외국인 선수의 귀화를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운영위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올해 2014 인천아시안게임 농구 종목에서 외국인 귀화 선수는 뛸 수 없게 됐다.

대한농구협회와 한국농구연맹(KBL), 한국여자농구연맹(WKBL)로 구성된 운영위는 최근 남자대표팀의 경우 애런 헤인즈(33·SK), 여자대표팀은 앰버 해리스(26·삼성)를 귀화시켜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출전시키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런데 운영위는 20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마련한 올해 인천아시안게임 선수 자격 규정 50장을 뒤늦게 발견했다. 이 규정은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뛰려면 해당 국가에 3년 이상 지속적으로 거주해야 한다’고 돼 있다. 헤인즈와 해리스는 이 자격을 갖출 수 없기 때문에 귀화를 하더라도 인천아시안게임에 참가할 수 없다.

운영위 관계자는 “국제농구연맹(FIBA)이 주관하는 세계선수권이나 아시아선수권, 올림픽에는 없는 규정”이라며 “우리도 뒤늦게 알게 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최근 개정된 것이 아니라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도 적용된 것이다. 운영위가 무려 8년 동안 선수 선발의 가장 기초가 되는 규정조차 파악하지 않았던 셈이다.

일단 운영위는 헤인스의 귀화를 포기하는 대신 선수 자격 규정을 충족하는 문태종(39·LG), 이승준(36·동부) 등 기존 혼혈 선수를 대표팀에 기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자 이번엔 소속 구단들이 반발하고 있다. 소속팀에서 주축선수로 뛰는 선수를 갑자기 대표팀에 보낼 경우 다음 시즌 성적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구단 관계자는 “문태종이나 이승준은 실력은 뛰어나지만 30대 후반의 고령이기 때문에 체계적인 몸 관리가 필요한 선수들”이라며 “운영위의 실수때문에 한 시즌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고 반발했다.


다만 여자농구의 경우 운영위와 WKBL은 해리스를 예정대로 귀화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WKBL 관계자는 “해리스는 인천아시안게임이 아니더라도 올해 세계선수권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등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모규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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