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내놓을 ‘카드’는 전면 리셔플 수준의 개각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진 재편으로 요약된다. 박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방문에서 돌아오는 21일 이후, 이르면 이번 주 중 정 총리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자 지명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또 조직이 대폭 축소되는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외에 교육부 등 일부 부처 장관은 물론, 근거리에서 자신을 보좌해온 청와대 참모진을 전면 교체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19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밝힌 대로 정부조직이라는 ‘하드웨어’를 바꾼다 해도 이를 운용할 ‘소프트웨어’인 부처 수장을 그대로 둔다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세월호 참사로 인해 중단돼버린 박 대통령의 집권 2년차 주요 국정운영 기조인 공직사회의 ‘비정상의 정상화’ 개혁과 규제 혁파,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의 동력을 다시 얻기 위해서라도 획기적인 인사로 정부 분위기를 확 바꿔야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도 거론된다. 때문에 일각에선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여야도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 대해선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사 폭에 대한 시각 차이는 있지만 국가 개조 및 혁신의 출발점은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어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입장이다.
후임 총리는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내각을 진두지휘할 능력을 갖춘 강력한 업무추진형 인사를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적 중량감과 정무감각도 차기 총리에게 필수적이라는 요구도 있다. 행정혁신처와 국가안전처의 편입으로 그 어떤 때보다 위상과 역할이 강화되는 총리인 만큼 책임총리제를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 후임으로 전윤철 전 감사원장, 안대희 전 대법관, 김무성 의원 등이 거론된다. 전 전 감사원장은 호남 출신으로 사회통합의 메시지를 주는 것과 동시에 공정거래위원장,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장관 등 오랜 경륜을 갖고 있는 인사라는 점이 주로 언급된다. 박 대통령의 대선캠프 정치쇄신위원장을 지낸 안 전 대법관은 공직사회 개혁 드라이브에 맞는 인사라는 평가다. 김 의원은 무게감 있는 정무형 인사로 내각을 리드할 만한 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거론된다.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20일 “국민안전, 양극화 등 문제에 천착하지 않아서 이런 문제가 반복돼 왔던 만큼 대통령이 이를 제대로 알고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로 내각 인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