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태생이지만 스페인 축구대표팀을 선택한 디에고 코스타(26·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호된 월드컵 신고식을 치렀다. 교체될 때까지 한 시간여 동안 집중적인 야유를 받았다.
코스타는 14일 브라질 사우바도르 아레나 폰테 노바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스페인의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햄스트링 부상에서 복귀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후반 17분까지 62분간 그라운드를 누리며 재기를 알렸다.
문제는 그라운드 밖에 있었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우승한 스페인은 당시 결승전 상대였던 네덜란드의 거센 도전과 마주해야 했지만 코스타의 경우 모국 브라질의 관중의 야유까지 견뎌야 했다. 스페인으로 귀화하는 과정에서 브라질 축구계와 국민들로부터 배신자의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다.
코스타는 지난해 7월 스페인 국적을 취득했다. 브라질과 스페인을 모두 선택할 수 있는 이중국적자 신분을 가졌던 코스타는 같은 해 10월 스페인을 선택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이중국적자가 소속 대표팀을 바꿀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코스타는 같은 해 3월 브라질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평가전에서 5분간 뛰었지만 FIFA 주관 국제대회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코스타는 지난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27골을 넣어 우승을 이끌고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도 8골을 터뜨려 준우승을 견인한 세계 정상급 스트라이커지만 브라질에는 그렇지 않았다. 아레나 폰테 노바의 관중은 코스타에게 집중적인 야유를 퍼부었다. 네덜란드 관중까지 합류하며 코스타의 기를 죽였다.
6명 안팎의 스페인 선수들이 짧은 패스를 주고받는 티키타카 전술을 펼치다 코스타에게 잠시 공이 넘어간 짧은 순간에도 야유가 터졌다. 코스타를 향한 함성이 경기장을 뒤덮은 순간은 페널티킥을 유도한 전반 26분뿐이었다. 코스타가 후반 17분 동료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30·첼시)와 교체돼 벤치로 돌아가는 순간에도 야유는 멈추지 않았다.
스페인은 네덜란드에 1대 5로 졌다. 코스타에게는 생애 첫 번째 월드컵 무대였지만 최악의 기억으로 남게 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