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관사 손씨 두 번째 재판에서 처음으로 잘못 인정

세월호 기관사 손씨 두 번째 재판에서 처음으로 잘못 인정

기사승인 2014-06-17 16:47:55
승객 292명을 숨지게 한 혐의(부작위에 의한 살인 등)로 구속기소된 이준석(69)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이 17일 두 번째 법정에 섰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는 201호 법정에서 이 선장 등에 대한 제2회 공판 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승무원 15명 중 유기치사·상, 수난구호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1등 기관사 손모(58)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시인 한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이후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한 승무원 가운데 처음으로 순순히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변호인 7명 중 유일한 사선인 손씨 변호인은 “기관사 손씨는 승객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수난구호법을 어겼고 선원으로서 적절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순식간에 배가 기울어 승객들을 구조하지 못했다는 변명이나 선장의 지시가 없었으니 무죄라는 주장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손씨의 변호인은 “잘못을 뉘우친 손씨가 검경합수부 수사 개시 직후 자살을 기도했고 고혈압 등 지병이 악화된 사정을 양형에 반영해달라”고 덧붙였다.

2013년 12월 청해진해운에 입사한 손씨는 20여년 경력의 베테랑 기관사다. 그러나 침몰사고 당일 운항관리규정에 따른 비상조치를 하지 않고 승객들보다 먼저 배를 빠져나왔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에는 ‘1등 기관사는 선장 지휘 하에 기관장을 보좌해 엔진운전과 정비 등을 담당하고 비상시 구명뗏목을 투하해 승객들이 안전하게 퇴선 하도록 해야 한다’는 임무가 부여돼 있다.

하지만 손씨와 달리 선장 이씨 등 나머지 승무원 11명은 혐의 내용을 대부분 부인했다.

승무원들은 승객에 대한 구조 조치는 해경의 의무이고 침몰의 원인이 된 증·개축 등은 여객선사인 청해진해운이 주도했을 뿐 권한이 없어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은 첫 재판과 마찬가지로 201호 법정 외에 경기 안산 단원고 수학여학단 희생자 유족들이 방청하는 204호 보조법정으로 실시간 영상과 음향을 통해 진행 과정이 전달됐다.

일부 유가족들은 재판 도중 “피고인들이 무릎을 꿇고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재판부도 이 선장 등이 법정에 입장하면서 방청석에 앉은 유족들을 외면하자 “방청석의 유족들에게 목례를 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장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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