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경찰서는 29일 채무 관계에 얽혀있던 수천억 대 재력가 송모(67)씨의 살해를 사주한 혐의(살인교사)로 서울시의회 의원 김모(44)씨를 구속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빌려준 돈을 갚지 않으면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송씨의 압박에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지난 3월 평소 알고 지내던 팽모(44)씨에게 자신에게 5억여 원을 빌려준 송모씨의 살해를 교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팽씨는 김 의원에게 진 빚 7000만 원을 상환하지 않는 조건으로 송씨를 살해했다.
김 의원은 숨진 송씨의 출·퇴근 시간. 이동 동선 등을 약 1년여 간 감시한 뒤 이를 팽씨에게 일러줬다. 사건발생 두 달 전인 1월쯤에는 범행도구를 구입하라며 팽씨에게 80여만 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팽씨는 지난 3월 3일 새벽 강서구 내발산동의 송씨 소유 건물에서 둔기로 송씨의 머리를 수십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팽씨는 범행 3일 뒤 중국으로 도피했지만 중국 공안에 의해 지난 5월 22일 체포됐다.
김 의원은 “난 실제로 송씨에게 돈을 빌린 적이 없고, 팽씨가 내게 진 빚 때문에 송씨에게 강도짓을 벌인 것”이라며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팽씨의 진술이 구체적인 점, 금전거래와 통화목록의 흔적이 있는 점 등을 보아 살해교사범으로 특정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현장검증에 나서고 범행 가담자가 더 있는지 추가 수사 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민수미 기자 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