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의 관심이 온통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게 쏠려 있습니다. 오늘(25일) 특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시신이 진짜 유씨가 맞는지, 사인은 또 무엇인지 발표하는 바람에 관심이 여기에 집중되는 느낌입니다.
국민들이 이토록 큰 관심을 보이는 데에는 검찰과 경찰의 좌충우돌 헛발질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애초 발 빠르게 검거했더라면 이렇게까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특히 인천지검이 지난 5월 25일 지역 경찰에 알리지 않고 유씨의 별장 ‘숲속의 추억’을 급습했다가 벽 뒤에 숨은 유씨를 놓치기도 했죠. 허탈하다 못해 헛웃음마저 나오는 대목입니다.
또 유씨 시신 사진이 유출되면서 진짜 유씨가 맞는지 각종 의혹이 쏟아진 점도 국민적 관심을 끌어올린 계기가 됐습니다.
그런데 국민적 관심이 한 곳에 쏠리자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정작 우리가 중요한 이슈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걱정 말이죠. 이 때문에 인터넷에는 ‘유병언 때문에 우리가 놓치는 기사들’이라는 제목으로 총 9가지의 중대한 이슈를 담은 게시물이 나돌고 있습니다. 시신이 유씨가 맞는지 그가 왜 죽었는지도 중요하지만 이 밖에도 다른 사회적 이슈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자, 그러면 우리가 꼭 알고 있어야할 중대한 이슈에 무엇들이 있을까요?
우선 ‘보건의료노조, 2차 총파업 돌입’이 있습니다.
바로 의료민영화 문제입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산업노동조합은 지난 22일부터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 폐기를 촉구하며 5일간 2차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노조는 박근혜 정부의 의료정책이 국민건강권과 생명권을 파괴하는 의료 황폐화 정책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는데요. 부디 국민 부담이 늘지 않고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수립되길 바랍니다.
두 번째는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조직적 정치 개입” 결론’ 기사입니다.
지난 대선 당시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인터넷 여론 조작을 통해 조직적으로 정치에 개입했다고 국방부가 결론을 내렸다는 소식입니다. 국방부는 연제욱, 옥도경 두 전직 사령관을 비롯해 심리전 단장과 2대. 3대장 등 모두 19명을 형사 입건했습니다. 국방에 총력을 기울여야할 우리 군이 왜 정치에 개입하나요.
세 번째는 ‘한전, 경북 청도 송전탑 공사 기습강행’ 기사입니다.
한국전력이 경남 밀양에 이어 경북 청도군 삼평1리 345kv 송전탑에서도 공사를 기습적으로 강행하면서 주민과 충돌한 사건입니다. 한전 100명 경찰 200명이 동원돼 지난 21일 새벽 기습적으로 공사가 이어졌는데요. 한전은 주민대표와 합의했다고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합의한 적이 없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네 번째는 ‘세월호 유족들,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1박2일 행진’ 기사입니다.
참사가 일어난 지 오늘로 101일째입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가족대책위)가 사고 100일(24일)을 맞아 철저한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100여리길 도보 행진을 벌였습니다. 이들은 수사권·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섯 번째는 ‘성심여중고 학생 1000여명 용산 화상경마장 폐쇄 요구 집회’ 기사입니다.
서울 용산구 성심여중고에서 불과 200여m 떨어진 곳에 한국마사회의 화상경마장이 들어섰습니다. 학생들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서부지법은 특히 10월까지 시범운영해보고 판단해보자고 판단했지만 학생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여섯 번째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2심서 1년2개월로 감형’ 기사입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건설업자로부터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다가 법원에 섰죠. 1심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6000여만원을 선고 받았는데 22일 2심에서 징역 1년2개월에 추징금 1억여원으로 감형됐습니다. 재판부는 평생 국가를 위해 봉사한 점을 고려해 감형했다고 설명했는데요. 글쎄요. 많은 사람들은 판결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곱 번째는 ‘새누리당 김태호, 소방대원 영결식장에서 기념촬영’ 기사입니다.
광주 헬기사고로 순직한 소방공무원 5명에 대한 합동영결식이 지난 22일 오전 강원도청 별관 앞에서 강원도장으로 엄수됐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의용소방대원 여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장면이 포착돼,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습니다. 유가족이 오열하는 침통한 곳에서 기념촬영이라니요. 이 여성은 특히 브이자까지 그리는 모습이 확인돼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았습니다.
여덟 번째는 ‘경찰, 쌀개방 반대 농민단체 천막 강제 철거’ 기사입니다.
경남 농민단체가 지난 21일 정부의 관세화를 통한 쌀 전면개방 방침에 반발해 경남도청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하려다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는 내용입니다. 경찰은 도로교통법 위반이라며 천막을 치었는데요. 농민들은 경남도청 본관 앞에서 홍준표 경남지사와 면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농민연대는 “쌀 농업 붕괴가 전체 농업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정부는 관세율이 고율인지 아닌지, 각종 자유무역협정(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서 어떻게 버틸지 밝히지 않은 채 관세화 개방선언부터 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체국 100개 없애고, 700명 줄인다’ 기사입니다.
우정사업본부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올해 우체국 100개를 없애고 700명의 정원을 감축한다는 소식입니다. 우편사업이 4년 연속 적자라서 인력감축 카드를 들고 나왔다는 건데요. 하지만 노조는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이미 연간 3200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구조조정에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노조는 토요집배를 폐지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처우 개선 등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심각한 갈등이 걱정되는데요.
이밖에도 우리가 꼭 알아야할 기사들은 더 있겠죠. 어찌됐든 이런 모든 사건들이 제대로 널리 알려져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리게 되길 바랍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