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쉴 틈을 주지 않는군요. 또 하나의 태풍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반도 서쪽을 할퀸 제12호 태풍 ‘나크리’에 이어 제11호 태풍 ‘할롱’이 북상 중입니다.
기상청이 4일 오전 10시에 발표한 태풍 예보에 따르면 할롱은 필리핀 동해상에서 세력을 키우면서 일본 오키나와 남해상으로 북진 중입니다. 중심기압 925헥토파스칼(hPa), 최대풍속 51㎧로 매우 강한 중형 태풍으로 성장했습니다.
초당 51m는 시속으로 환산하면 184㎞입니다. 정말 빠르죠. 고속도로에서 차를 몰고 이 속도로 질주했다가는 벌금 폭탄을 맞을 겁니다.
할롱은 지금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로부터 동쪽으로 1060㎞ 떨어진 지점에 있습니다. 오는 7일 오전 9시 오키나와 남동쪽 190㎞ 해상까지 다가올 예정입니다. 이후에는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습니다. 한반도로 진입할 수도, 일본 열도나 중국 대륙으로 방향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다만 기상청이 지금까지 예상한 경로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남부지방은 70%의 확률로 할롱의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한반도를 직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기사에 첨부한 그래픽은 기상청이 3일 오후와 이날 오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할롱의 예상 경로 그래픽 3장을 묶은 것입니다. 북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태풍의 중심과 호남에서 수도권으로 확장된 예상 범위(70% 확률)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픽만 봐도 이번 주말에는 제주도 남해상 주변에서 우리나라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할롱은 베트남의 명소 이름입니다. 베트남에서 제출한 명칭을 지난달 29일 태평양에서 발생한 제11호 태풍에 붙인 겁니다. 이름이 어떻든 우리에게는 반갑지 않습니다.
나크리의 영향권에서 막 벗어났는데 또 다가오는 할롱은 원망스럽기까지 합니다. 나크리는 전날 오후 3시 전북 군산 서남서쪽 180㎞ 해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될 때까지 전국에서 많은 사상자와 재산 피해를 냈습니다. 이번에는 같은 피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