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해산, 지휘관 구속’… 가혹행위 근절 주목받는 조현오식 해법

‘부대 해산, 지휘관 구속’… 가혹행위 근절 주목받는 조현오식 해법

기사승인 2014-08-05 17:21:55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의원이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치사 사건 긴급 현안보고에 참석해 윤 일병의 피멍 사진을 보여주며 질의하고 있다. 구성찬기자 chthus@kmib.co.kr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군내 인권유린을 뿌리 뽑을 고강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 2011년 전·의경 부대이탈 사건 당시 대대적인 가혹행위 청산 작업에 나섰던 경찰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이 부대 해체 등 ‘극약처방’을 단행하며 군대 못지않게 가혹행위가 많았던 전·의경 부대의 생활문화는 완전히 달라졌다.

2011년 1월 강원지방경찰청 307전경대에서 선임들의 구타와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한 이경 6명이 부대를 집단 이탈했다. 가해자들은 이경들을 상습적으로 때리고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연두부를 먹이는 등 가혹행위를 저질렀다. 해당 부대 중대장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윤 일병 사건과 비슷한 줄거리의 가혹행위와 은폐 시도가 있었다.

이에 조 당시 청장은 “구타나 가혹행위가 구조적이고 고질적으로 이어져온 부대는 해체하겠다”며 “지휘관이나 관리요원의 감독 책임이 발견되면 가혹행위자와 함께 공범으로 형사입건할 방침”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후 강도 높은 후속조치가 이어졌다. 307전경대는 창설 28년 만에 전격 해체됐다. 해당 전경대장을 포함한 부대 지휘요원 5명과 가해자 15명이 전원 형사입건되고 이 중 2명은 구속됐다. 지휘관을 형식적으로 징계하고 사건을 덮는 데 급급했던 그 이전의 조치와는 전혀 다른 처방이었다. 307전경대는 2005년에도 ‘알몸 진급식’을 하는 등 이전부터 가혹행위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미봉책’으로만 대응하면서 일을 키웠다.


이후 경찰은 복무점검단을 꾸려 전국 전·의경 부대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감찰조사를 벌였다. 폭력사건이 한번이라도 발생하면 해당 부대를 해체하고 지휘 책임을 물어 지휘관들을 전출시켰다. 그런 지휘관에겐 인사상 불이익까지 줘서 부대 관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중대장과 소대장 등 현장 지휘요원들을 대상으로 연간 500명씩 관리전문성을 높이는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부대운영도 고참대원 중심에서 지휘요원이 대원 각자의 업무를 지정해 관리하는 비중을 높였다. 과도한 계급문화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 결과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렸던 전·의경 부대는 180도 달라졌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1년 166건이던 의경 가혹행위 적발건수는 2012년 56건, 지난해 22건 등 해마다 크게 감소했다. 올해도 상반기에 6건이 적발돼 지난해보다 훨씬 줄어들 전망이다. 의경 지원 경쟁률도 2011년 1.9대 1에서 올 상반기 11.9대 1로 높아졌다. 의경 지원자들이 재수·삼수를 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의경은 조 전 청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당시 경찰 지휘부의 강한 의지가 있었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본다”며 “내부에서는 ‘천지개벽’이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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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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