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28일 기분 좋은 소식을 보내왔습니다. 중국 충칭에서 벌어진 중국 구리 9단과의 ‘세기의 10번기’에서 6승2패 완승을 거두고 바둑 역사상 최고액인 8억5000만원의 상금까지 거머쥐었다는 군요. 구리 9단에게는 여비조로 3400만원이 지급됐습니다.
이세돌이 우승하자 인터넷에는 ‘이세돌 어록 및 일화’가 나돌았습니다. 얼마나 실력이 출중한지 일반인이 보기엔 당돌할 정도의 자신감을 보여왔다는 내용입니다.
우선 중국기자의 질문에 거침없이 대답하는 내용 먼저 보시죠.
-중국기자 : 세계 최강 기사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이세돌 : 조훈련 이창호, 요다 9단 정도다.
(중국기자가 중국 바둑의 최고수 마샤오춘 9단을 끼워넣자)
-이세돌 : 아 마야오춘은 빼주세요~
(중국 기자단 경악)
-중국기자 : 그대 자신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이세돌 : 물론 내가 최고다.
-중국기자 : 마샤오춘의 바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이세돌 : 안 봐서 모르겠다.
-중국기자 : 오청원의 바둑에 대해선?
(오청원은 대만 출신 일본 원로기사. 기성으로 불리며 오청원전집도 있음)
-이세돌 : 공부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중국기자 : 차세대 중국의 유망한 기사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이세돌 : 그들의 이름도 모르는데 그들의 바둑을 어찌 압니까
-중국기자 : 중국음식은 잘 맞나?
-이세돌 : 너무 기름져서 입에 안 맞다.
자칫하면 오만하다고 생각될 정도의 자신감이네요. 이뿐 아닙니다. 어록을 보면 황당할 정도로 자신감이 묻어 있습니다.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요.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인데 내가 우승해서 미안합니다.
-한국 기사 중 가장 두려운 기사가 있다면? 이세돌 9단이다.(구리 9단)
이런 이세돌이 존경심을 표시하는 기사가 있습니다. 바로 신산 이창호 9단이죠.
-이창호 9단이란? 평생 넘을 수 없는 벽이다.
-보는 기보는? 오로지 이창호 사범님의 기보만 본다.
이세돌이 한 때 상금이 많은 대회만 우승하자 동료 기사는 현상금 사냥꾼이냐고 우스개소리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이세돌은 유독 상금이 많은 대회에 강했다는 군요.
-아시안게임 3전전패(우승 상금 없음), 2011 BC카드배 우승(상금 3억원)
-BC카드배 한중일 최강기사 초청전 꼴찌(우승상금 5000만원), 2011 춘란배 우승(상금 1억6000만원)
이세돌의 어록과 일화가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바둑 좀 둔다는 분들은 대체로 사실이라고들 하시네요. 네티즌들은 “승부사라면 저 정도 패기와 자신감은 있어야지”라며 응원하고 있습니다. 이세돌 9단, 정말 대단합니다. 굿굿굿!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