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기자의 오해와 진실] “실적이 죽을 맛?” 식품업체의 뻔한 말, 알고 보면…

[쿡기자의 오해와 진실] “실적이 죽을 맛?” 식품업체의 뻔한 말, 알고 보면…

기사승인 2014-11-03 14:05:55

“기자: 올해 실적은 좀 개선됐나요?
A식품업체: 죽을 맛입니다. 마이너스예요.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네요.”

식음료 업계를 출입하면서 종종 출입처들로부터 이처럼 맥 빠지는 소리를 듣곤 합니다. 다른 말로하면 “얼마나 팔았수?”하는 건데, 업체는 “올해도 어김없이 마이너스”라며 배곯아 죽는 소리만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식품은 매일 먹는 소비재이기 때문에 실적도 별 일이 없는 한 견고한 흐름세를 가지고 있는 게 특징입니다. 그래서 마이너스 실적이라 해봐야 1-2% 내외입니다. 알짜 식품업체의 경우 0.5% 안팎이기도 합니다.

올해도 이제 4/4분기만이 남은 시점에서 기업들의 실적이 공개되고 있습니다. 식품업체 맏형격인 CJ제일제당도 마이너스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CJ제일제당의 3분기까지 누계 매출(대한통운 제외)은 5조4626억원으로 전년대비 소폭 감소(-0.9%)했습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식품사업부문의 수익성 강화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18.7% 증가한 322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결국 마이너스 실적이라지만 실제는 영업이익이 올랐으니 알짜 경영을 한 것이죠. 실적이 마이너스인데, 영업이익도 마이너스라면 문제가 되겠지요. 별로 팔지도 못했고, 그나마 팔은 것도 팔아봐야 남은 게 없었으니 기업입장에선 매출에 심각한 타격인 것이지요.

CJ제일제당처럼 식품업체 대부분은 영업이익률이 낮지 않습니다. 대형마트에 떼 주고 남은 실적을 종합해도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배곯아 죽는 소리를 하는 이유는 여러 변수들 때문입니다. 그 변수들 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월급쟁이’이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매년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익을 향상해서 목표를 잡지요. 오너 입장에서야 그걸 달성하지 못하면 한 해 쉬어갈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월급쟁이 사장이라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한 해 실적을 통해 평가받고 그해 살아남을지 못 남을지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어려운 게 아니라 임원들이 어려워지는 거죠.

기업이 영업이익이 흑자여도 앓는 소리를 하는 이유입니다.

자, 이렇게 자세히 알고 있으니 앞으로 앓는 소리했다간 누군가는 비웃을 수도 있습니다. 이왕이면 솔직 담백하게 얘기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요? 혹시 에둘러서 얘기했다간 오히려 월급 사장의 존폐도 그 앓는 소리가 복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조규봉 기자 ckb@kmib.co.kr
조규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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