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둘러싸고 반복된 거부권 정국을 연출하면서 국민적 피로도가 커지고 있다. ‘야권의 단독 법안 처리→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행사→재표결’이 수없이 반복되면서 이제는 탈출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당정에 대한 부정 여론이 확산되면서 이번에는 야권의 여론전이 힘을 받고, 당정의 이탈표가 나올지 주목된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번 주 내에 김건희 특검법 등 야권이 단독 의결한 법안들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4일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야당이 단독 처리한 김 여사 특검법, 해병대원 특검법, 지역화폐법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안을 의결했다. 한 총리는 두 특검법에 대해 “정부는 이미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 위반, 특별검사 제도의 보충성과 예외성 원칙 위반, 인권침해 우려 등을 이유로 재의를 요구한 바 있으며, 재의결 결과 모두 부결되어 폐기됐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 즉각 반발하며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권 지도부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을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을 배신하고 범죄를 옹호하는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지 않으려면 거부권을 포기하고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운하 혁신당 원내대표 역시 “여권은 이제라도 민심을 받들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에는 4일이나 5일에 본회의를 열어 재표결에 나설 방침이다. 김 여사를 둘러싼 22대 총선 공천개입 의혹의 공소시효가 10일로 만료되기 전에 재표결을 진행하려는 것이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9월 30일 국회로 이송하면 10월 4일 본회의를 열고, 10월 4일 이송하면 5일이 토요일이지만 재표결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본회의 소집 권한을 가진 우원식 국회의장도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전에 재의 표결을 마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 의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에서 “10월 10일 전에는 특검법이 공포가 되든 가결이 되든 부결이 되든 확정 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이 법안을 단독 처리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국민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는 당정에 대한 부정 여론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5.8%, 국민의힘 지지율은 29.9%로 동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공동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찬성 여론이 65%로 나타나면서 김 여사 관련 리스크가 여권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건희 특검법 문제를 여당이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친한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김건희 특검법은 이제 국민의힘이 풀어야 할 과제”라며 “여당이 결국 폭발해서 결단을 내리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독이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다. 김건희 특검은 이제 국민의힘이 책임지고 풀어야할 때”라고 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김 여사 리스크는 우리가 나서서 한번 끊어줘야 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걱정스러운 당 내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한편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탈표 발생을 우려해 내부 단속에 나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의 무한 반복되는 원내 정쟁의 목적은 결국 정권 퇴진을 노리는 것”이라며 “재의결 상황이 오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다시 단결해 법안을 폐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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