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기자의 오해와 진실] “방수와 발수, 아직도 헷갈리세요?”

[쿡기자의 오해와 진실] “방수와 발수, 아직도 헷갈리세요?”

기사승인 2014-11-06 05:00:55

# 등산을 좋아하는 김수현(48)씨는 지리산 종주를 앞두고 고어텍스 재킷을 새로 장만했습니다. 단풍이 절정이었던 지난 주말, 새 재킷을 입고 나선 김수현씨는 산행 중 갑작스럽게 비를 만났습니다. 하지만 빗방울은 재킷 위로 또르르 굴러 떨어졌고, 김수현씨는 ‘역시 고어텍스 재킷이라 방수가 잘 되는구나’는 생각에 만족스러웠습니다.

지리산 종주까지 즐기는 등산 마니아인 김수현씨지만 잘 못 알고 있는 게 있네요. 바로 방수와 발수를 혼동하고 있습니다. 방수란 말은 다 아시겠지요. 말 그대로 물기를 막아주는 성질이지요. 그럼 발수는 뭘까요? 물이 스며들지 않는 성질을 말합니다. 같은 말 아니냐고요? 비슷하게 들리지만 엄연히 다른 성질입니다.

그럼 먼저 방수와 발수의 원리를 알아보겠습니다. 멤브레인(membrane)이란 초박형 필름이 있습니다. 멤브레인 1㎠에는 2/10000㎜의 미세한 구멍이 약 14억개나 분포돼 있습니다. 물방울의 직경은 1㎜로 이 막을 통과하지 못하지만, 구멍보다 700배 작은 수증기는 쉽게 멤브레인 사이를 오갑니다. 이 멤브레인의 양면에 나일론 소재를 덧붙여 만든 것이 우리가 아는 고어텍스입니다. 따라서 멤브레인은 고어텍스 방수 기능의 핵심이라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옷 위로 물방울이 굴러 떨어지는 발수 현상은 멤브레인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고어텍스 재킷 겉감에 발수제라는 화학 코팅을 처리해 둔 덕분입니다. 따라서 방수는 고어텍스 멤브레인의 반영구적인 성질인 반면 발수 코팅은 외부의 마찰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심지어 세탁할 때도 조금씩 벗겨져 나가지요.

그래서 발수 코팅이 벗겨지면 그 부분에 떨어진 물은 방울져 굴러 떨어지지 않고 겉감에 스며들게 된답니다. 이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고어텍스가 방수가 안돼”라고 잘 못 생각한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발수가 안 될 뿐 방수는 된다”입니다. 발수 코팅이 벗겨져 겉감에 물기가 스며들어도 내부의 멤브레인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옷 안쪽까지 침투하지 못 한답니다.

대신 발수 성능이 떨어지면 투습 성능이 저하된답니다. 나일론 겉감에 스며든 물기가 겉감 표면에
수막을 형성하므로 안쪽의 수증기(땀)가 수막에 막혀 외부로 배출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몇 차례 세탁 후 발수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느낀다면, 발수 처리제로 발수 코팅을 해주면 됩니다. 국소적인 부분을 할 때는 스프레이 타입의 발수제를 뿌려주면 되고, 전체적인 발수 처리가 필요하다면 세탁할 때 수성의 액상 타입을 넣고 빨면 됩니다.

외국 브랜드의 전용 발수처리제도 1만원 안팎이니, 적은 비용과 약간의 수고로움만 감수하면 오래된 재킷도 새것처럼 변신한답니다. 단순히 발수 성능이 떨어졌다고 값비싼 새 재킷을 산다면 호갱이 되는 거에요~.

김 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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