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개봉한 영화 ‘인터스텔라’ 인기가 심상찮습니다. 개봉 첫날에만 관객 22만7084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통합전산망, 7일 발표)을 동원했습니다. 우주와 시간여행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로 관객들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웅장한 화면은 놀라움을 줍니다.
단순히 미지의 세계에 대한 얘기는 아닙니다. 크리스토퍼 감독은 여기에 사람을 담았습니다. 암담한 미래에 맞서 자식을 지키고자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감동을 줍니다. 작품을 본 관객들이 더 진한 여운을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영화에서 많이 언급되는 시 구절이 있습니다. 영국의 대표적인 시인 딜런 토마스(1914~1953)의 시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일부입니다. 시는 앞날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 인간의 의지를 얘기합니다. 영화 속 인물들이 읊조릴 때마다 여러 생각을 하게 하죠.
전문으로 읽고 싶어 찾아봤습니다. 이미 영화를 본 사람도 아직 보지 않은 사람도 모두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소개합니다. 시를 읽은 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
노년은 날이 저물어감에 열 내고 몸부림쳐야 한다
빛이 꺼져감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라
지혜로운 자들은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어둠이 지당함을 알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번개처럼 번쩍이지 않기에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
선한 자들은 마지막 파도가 지난 후 그 덧없는 행적들이
푸른 바닷가에서 얼마나 빛나게 춤추었을지 한탄하며
빛이 꺼져감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라
달아나는 해를 붙잡고 노래한 사나운 자들은
섭섭히 해를 보내준 걸 뒤늦게 알고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
죽음이 가까운 심각한 이들은
눈멀게 하는 시각으로,
멀은 눈도 유성처럼 불타고 명랑할 수 있음을 깨닫고
빛이 꺼져감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라
그리고 당신, 저 슬픔의 높이에 있는 내 아버지
이제 당신의 성난 눈물로 나를 저주하고 축복하길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
빛이 꺼져감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라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