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 출연하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의학전문 프로그램을 넘어 예능까지 섭렵하고 있는 그들을 지칭하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닥터테이너(Doctor+Entertainer)’, 최근 그들의 방송 출연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들은 명의일까?
지난 6일 JTBC 예능 프로그램 ‘닥터의 승부’가 방송되자 인터넷은 들끓었다. ‘고(故) 신해철의 수술을 집도한 S병원 K원장이 나왔던 프로그램이 아직도 방영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K원장은 현재 닥터의 승부에 출연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좋지 않다. K원장은 이 프로그램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시청자들은 “제작진이 검증이 되지 않은 의사를 명의인 양 소개했다”며 공분했다. 현재 닥터의 승부 게시판에는 프로그램 폐지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철저한 검증 없이 방송에 나오는 닥터테이너를 시청자들은 전문의 혹은 명의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의학지식을 쉽게 접할 수 없는 시청자들은 텔레비전에 나오는 그들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명의와 의사는 구분돼야 한다.
◆방송은 홍보 수단?
종합편성프로그램 MBN에 출연한 한 의사는 지난 5월 밀가루의 유해성을 지적하며 “밀가루를 잘못 먹으면 뼈가 녹는다”고 말했다. 밀가루에 있는 글루텐 성분이 인체에 들어가면 독약과 같으며 이 쌓인 독을 해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당 의사는 지난해부터 모 제약회사와 결연, 홈쇼핑 등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해독주스를 판매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방송을 홍보의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밀가루를 먹으면 뼈가 녹는다는 의견은 의학계에서도 확인되지 않은 정보다. 사실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다. 이후 해당 방송 분은 현재 시청이 불가하다. 이에 네티즌들은 “의학 정보 프로그램에서 유명해진 의사들이 홈쇼핑에 출연해 제품을 파는 것은 정해진 순서 같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는 9일 “일부 의사들이 빈번하게 방송매체에 출연해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시술을 홍보하고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하는 등 과장, 허위 광고를 일삼는 의사를 ‘쇼닥터’로 명명하고 제재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출연료를 지급하고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는다’ ‘홈쇼핑 채널에는 출연하지 않는다’ 등의 쇼닥터 가이드 라인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를 따르지 않는 의사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소하거나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할 계획이다.
민수미 기자 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