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워킹걸’을 연출한 정범식 감독이 공식석상에서 여배우에게 성적 수치심이 들 만한 발언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10일 인터넷에는 ‘눈물 참는 클라라’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수백여개의 댓글이 달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여기엔 전날 서울 중구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워킹걸’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클라라가 울기 직전의 표정으로 앉아있는 사진들도 올라왔다.
이는 보고회 중 정 감독이 “클라라라 극중 성인용품 가게 주인 난희 역할을 소화하며 성인용품을 직접 체험해봤다”는 발언을 했을 때 모습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역할 소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클라라가 대답하던 중 정 감독이 갑자기 끼어들어 마이크를 잡았다. 그러더니 “난희(클라라)가 진동이 있는 팬티를 테스트 하는 장면이 있었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정 감독은 “클라라가 이 물건을 이용해 (성적 쾌감을) 느끼는 연기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얘기할까 싶었다”며 “그런데 촬영 전날 (클라라가) 오더니 영화 소품 중 하나를 빌려가도 되냐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다음날 단 둘이 방에서 해당 장면에 대해 얘기하던 중 클라라가 그 기구를 써 봤다고 하더라”며 “휴대전화로 신음소리까지 녹음해 와 ‘이렇게 해도 되느냐’고 물었다”고 폭로했다. 이어 “세계에서 아름다운 여성 2위로 뽑힌 분과 둘이 앉아 그 소리를 듣는데 흥분보다 패닉 상태에 가까웠다”고 말하며 웃었다.
정 감독이 3분여 가량 이런 발언을 이어가던 중 클라라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연신 손으로 부채질을 하거나 얼굴을 가리면서 부끄러워했다. 나중에는 눈에 약간 눈물까지 고인 듯한 모습이었다.
인터넷에는 “배우가 열심히 하려고 한 건데 감독이 너무했다” “사전 동의도 없이 노이즈 마케팅을 위해 배우를 이용한 것 아니냐” “성추행이나 마찬가지다” “공개적인 성희롱에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등의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