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팔달산 토막살인 피의자 박춘봉(55·중국 국적)은 수원과 화성 등 총 4곳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유기장소를 수색하고 박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수원·화성 등 4곳에 시신유기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3일 박에게서 시신유기 장소는 4곳이라는 진술을 얻어 수색에 나섰다. 팔달산과 수원천변 등 수원시 팔달구 2곳을 제외한 나머지 2곳은 수원과 화성 경계지점인 화성시 봉담읍 야산이다.
경찰은 박이 자가용은커녕 운전면허조차 없었다는 점을 감안, 범행 장소인 수원 팔달구 교동 가계약 월세방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시신을 유기했을 것으로 보고 수색했다.
실제로 팔달산과 수원천변은 교동 월세방에서 불과 1㎞ 내외의 거리다. 하지만 화성시 봉담읍은 교동 월세방에서 8㎞정도 떨어졌다. 도보로 이동할 경우 2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경찰은 박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을 수 있다고 보고 이 부분도 조사하고 있다.
박이 지난 9일 피해여성 김모(48·중국 국적)씨의 휴대전화를 소지한 채 한동안 머물러 시신 유기장소로 지목된 포천시 소흘읍 일대는 “포천은 김씨의 휴대전화만 갖다 버렸고 시신을 유기하지는 않았다”는 박의 진술에 따라 시신 유기장소에서 배제됐다. 다만 포천경찰서는 수색인력을 투입, 김씨의 휴대전화를 찾고 있다.
◆범죄사실 요지 “우발적인 범행” 주장
경찰은 박에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등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전 주거지인 수원 팔달구 매교동 주택에서 김씨를 살해한 뒤 교동 임시 거처로 옮겨와 시신을 훼손, 팔달산 등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은 경찰에서 “말다툼을 하다가 밀었는데 벽에 부딪히면서 넘어져 숨졌다”며 우발적인 범행임을 주장했다. 이후 시신을 교동 월세방으로 옮겨 욕실에서 흉기 등으로 시신을 훼손한 뒤 2∼3일에 걸쳐 팔달산과 수원천변, 화성 야산 등에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차가 없는 박이 김씨 시신을 교동 월세방까지 어떻게 옮겼는지에 대해선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정확한 범행 시각이나 수법 등은 아직 조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박에 대한 범죄사실이 세부적으로 조사되지 않아, 구속영장에 불상의 방법, 불상의 시각 등이라고 표기해 검찰에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는 완료되지 않았지만 증거가 충분히 입수된 상태여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김씨의 언니는 “지난달 26일부터 동생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 올해 4월부터 동거한 사람(박춘봉)과 놀러 간 것으로 생각했는데 계속 전화를 받지 않으니 찾아 달라”며 8일 오후 11시30분쯤 경찰에 미귀가 신고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14일 오후 3시 수원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