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대표팀의 하비에르 아기레(56·멕시코) 감독이 승부조작 스캔들에 휘말렸다. 3년 전 지휘했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사라고사의 승부조작 의혹이 뒤늦게 불거지면서다. 일본 축구계와 팬들은 혼란에 빠졌다.
16일 AP통신에 따르면 아기레 감독은 스페인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2011년 프리메라리가 승부조작 사건의 공소장에서 피의자로 적시됐다. 피의자는 아기레 감독 외에도 구단의 임원과 선수 등 18명이다. 아기레 감독의 지휘를 받았던 안데르 에레라(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가브리엘 페르난데스(31·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피의자 명단에 있다.
검찰은 사라고사와 레반테의 2010~2011시즌 프리메라리가 30라운드에서 승부조작의 정황을 포착했다. 사라고사 측은 레반테 선수들에게 96만5000유로(약 13억원)를 건네고 고의적인 패배를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2부 리그 강등 위기에 놓였던 사라고사는 레반테를 2대 1로 제압하고 프리메라리가에 잔류했다.
검찰은 공소장을 스페인 발렌시아 법원에 제출했다. 법원은 추가 수사가 필요할 경우 아기레 감독의 출두를 명령할 수 있다.
일본축구협회는 발칵 뒤집어졌다. 내년 1월 9일 개막하는 2015 호주아시안컵을 눈앞에 두고 불거진 대표팀 감독의 승부조작 스캔들은 충격일 수밖에 없다. 아기레 감독이 스페인 법정으로 출두할 경우 대표팀 선수단은 작지 않은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협회 관계자는 교도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어떤 소식도 공식적으로 받지 않았다. 현재는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협회는 전날 23명의 아시안컵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일본 여론은 엇갈렸다. 아기레 감독은 물론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도덕성을 완벽하게 검증하지 못한 협회를 향한 비난이 빗발치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사령탑을 공석으로 두고 아시안컵을 치를 수 없다는 현실론이 불거졌다.
SNS에서는 “아시안컵 2연패는 무산됐다” “아시안컵에서도 승부조작으로 우승해보라” “대표팀 선수들이 아기레 감독을 신뢰할지부터가 의문”이라는 의견과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까지는 믿고 기다려야 한다” “아시안컵을 마치고 도덕성을 검증해도 늦지 않다”는 반박이 충돌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