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팬들 성원에 감사하다”며 지난 1일 한국서 가장 먼저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테이큰3’가 또 다시 심상찮은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체 이런 인기의 이유는 무엇일까.
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테이큰3’는 개봉일인 전날 32만1664명을 모아 누적관객수 46만7265명을 기록했다. 시리즈 사상 최고 오프닝 스코어다. 기록은 전편인 ‘테이큰1’(2008)의 개봉 첫 날 기록 8만9502명, ‘테이큰2’의 18만2891명을 크게 뛰어넘는다.
개봉 시기를 잘 잡은 게 주효했다. 휴일을 맞아 많은 관객들이 극장으로 몰렸다.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는 ‘테이큰’을 향한 한국 팬들의 높은 관심일 것이다. 1·2편 인기는 3편을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북미보다 일주일이나 앞서 개봉했다. 유독 뜨거운 성원을 보내준 한국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게 제작사 측 설명이다.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테이큰1’(2008)은 북미에선 1억4500만989달러(약 1601억5360만원), 해외에선 8182만9579달러(약 903억8080만원) 흥행수입을 기록했다. 당시 해외수입은 전체의 36%에 불과했다. 이중 한국은 흥행수입 159억7138만9000원(누적관객수 238만명)을 올리며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테이큰2’(2012) 흥행수입은 북미지역에서는 1억3985만4287달러(약 1544억6906만원)로 전편과 비슷했지만 해외수입 비중이 63% 정도로 크게 늘었다. 해외에서 무려 2억3628만7019달러(약 2609억7901만원)을 벌어들였다. 한국서는 1편보다 살짝 늘어난 정도에 그쳤다. 관객 230만8596명을 들이며 수입 175억8109만855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역시 무시하지 못 할 기록이다.
한국 관객들이 ‘테이큰’ 시리즈에 열광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싸움 잘하는 주인공이 악인들을 물리치는 이런 류의 액션영화는 흔한 데 말이다.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과 특수효과로 시선을 사로잡는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테이큰’은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나이 50을 훌쩍 넘은 아버지가 목숨까지 바쳐 가족을 지켜내는 스토리가 색달랐다. 부성애 코드를 녹인 액션영화라니. 가족 이야기에 크게 호응하는 한국 관객들에게 더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국인들의 이런 영화 취향은 최근 박스오피스만 살펴봐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국내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1000만 관객을 돌파한 SF영화 ‘인터스텔라’도 결국은 아버지 이야기다. 식량난으로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우주로 떠났지만 늘 딸을 그리는 아버지 마음은 관객들 애를 태웠다. 최근 박스오피스 1위를 독주 중인 ‘국제시장’ 역시 아버지의 고난을 담았다. 영화는 오로지 가족만을 위해 헌신하며 격동의 현대사를 견딘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윤제균 감독은 소개했다.
연초 극장가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국제시장’과 ‘테이큰3’에 이어 ‘마다가스카의 펭귄’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기술자들’ ‘호빗: 다섯 군대 전투’ 등이 포진했다.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테이큰3’는 어떤 결과로 8년의 마침표를 찍을까.
[쿡리뷰] ‘테이큰3’ 한국나이 64세, 리암 니슨의 눈물겨운 분투에 박수를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