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김홍선 감독 “기술자들, 실망하셨을 수 있어요. 하지만”

[쿠키人터뷰] 김홍선 감독 “기술자들, 실망하셨을 수 있어요. 하지만”

기사승인 2015-01-04 20:05:55
사진=박효상 기자

영화 ‘기술자들’ 개봉한 지 열흘이 지났다. 날마다 무대인사나 인터뷰 등 홍보일정이 빼곡하게 잡혀있다. 배우들과 함께 거의 모든 일정을 소화하는 김홍선(39) 감독에게도 강행군이다. 그러나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여전히 에너지가 넘쳤다.

요즘 흥행 성적이 꽤 괜찮다는 칭찬을 건네자 김홍선 감독은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오프닝 스코어(24일·27만)도 좋았고 게다가 (크리스마스) 하루에 42만 든다는 것도 어마어마한 일이지 않느냐”며 “꾸준히 관객들이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한데, 앞으로 어떻게 더 유지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웃어보였다.


‘기술자들’은 영화감독으로서 김 감독이 내놓은 두 번째 작품이다. MBC ‘90일, 사랑할 시간’(2006) SBS ‘스타일’(2009) ‘대물’(2010) 등서 드라마 조연출로 활약하던 그는 2012년 ‘공모자들’로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이 작품으로 제33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까지 거머쥐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차기작을 준비하는 그의 부담감이 조금은 커지지 않았을까.

“신인감독상을 주셔서 정말 행복하고 감사했죠. 지금까지도 여운이 남아있어요. 그래도 막 힘 줘서 부담 갖고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아직까진 그냥 (영화를 통해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걸로 (만족해요). 제가 좀 둔하고 눈치 없다는 생각도 들어요. 부담 느끼고 이런 건 없어요.”


‘기술자들’은 떠오르는 스타 김우빈(26)이 원톱 주연을 맡아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극중 김우빈은 두뇌회전이 남다르게 빠른 금고털이범 지혁 역을 맡았다. 인력조달 담당자 구인(고창석), 해킹 전문가 종배(이현우)의 리더가 돼 모든 계획을 진행해 나가는 인물이다. 작품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역할이기에 김 감독은 캐스팅 단계부터 유독 공을 들였다.

김 김독은 지혁 역에 김우빈이 아닌 다른 배우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했다. 만약 김우빈이 출연제안을 거절했다면 영화는 엎어졌을 뻔했다는 것이다. 김우빈이 SBS 드라마 ‘상속자들’(2013)로 한창 주가를 올리기 전부터 접촉을 해 출연을 성사시켰다. 김 감독은 이를 두고 “운이 좋았다”고 표현했다.

“우빈이를 처음 봤을 때 ‘가지고 있는 게 되게 많은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인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잘하더라고요. 연기적인 면이나 전체적인 느낌이 좋았어요. (그래서) 지혁 캐릭터에도 실제 우빈이의 성격, 말투, 행동 등 부분들을 많이 대입시켜서 녹이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최대한 자유롭게 만들어주려고 했어요.”


사실 ‘기술자들’은 스토리가 그리 돋보이는 영화는 아니다. 그래서 “영화 보고 남는 건 김우빈밖에 없다”는 평들이 나오기도 한다. 지혁 일당이 각자의 ‘기술’을 발휘해 인천세관에 숨겨진 불법비자금 1500억원을 40분 안에 훔치는 내용이 주다. 이렇게 범죄 모의·실행과정을 그린 케이퍼 무비(Caper Movie)는 워낙 많이 나왔던 터라 조금은 식상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오션스 일레븐’(2001) ‘도둑들’(2012) 등이 인기를 끌면서 한창 유행한 장르이기 때문이다.

이런 오락영화를 기획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 김 감독은 “공모자들 때와는 다르게 이번엔 가볍고 유쾌하게 보고 기분 좋게 일어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며 “사실 (내용이) 센 영화를 또 준비하고 있었는데 (또 색깔이 강한 작품을 하면) 아직 햇병아리 감독인데 초반부터 색깔이 진하게 굳어질까봐 다른 색깔도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공모자들’과 ‘기술자들’은 반전이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김 감독은 평소 이런 식의 ‘뒤집는 얘기’를 좋아하고 재밌어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전작과 비교해 “기술자들 반전은 너무 약하다”는 일부 지적도 있다.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지만 김 감독은 예상이라도 한 듯 담담하게 대답했다.

“공모자들은 성인들을 위한 영화였잖아요? 이번에는 기획 단계부터 10~20대 초반이 타깃이었어요. 전반적으로 설명적이고 쉬운 구성으로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그래서 아마 영화 많이 보신 분들이나 공모자들 좋아하신 분들은 아쉬우실 거예요. 그렇다고 어느 쪽을 두루뭉술하게 맞출 순 없으니까…. 15세 영화가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아예 전체관람가나 미성년자관람불가에 비해서.”

그는 “공모자들 때 호불호가 되게 갈렸었는데 기술자들도 살짝 그런 것 같다”며 “재밌게 봐주신 분들도 있지만 공모자들 좋아하셨던 분들은 좀 섭섭해 하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또 공부 많이 했어요.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작품 만들어야죠”라며 다시 호탕하게 웃었다.


한 시간여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김 감독의 모든 답변에선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게 있었다. 작품에 대한 깊은 고민, 그리고 애정이다. ‘기술자들’ 이후 차기작 계획을 묻자 “계획 중인 건 있는데 가시화는 안 시켰다”며 “일단 기술자들에 ‘올인’ 하고 나서 다음 작품을 생각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는 이게 일이잖아요? 이거 하나밖에 없거든요. 작품 하나를 위해 몇 년을 살잖아요. 그래서 여기에 모든 걸 다 쏟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걸 다 하고 난 뒤에 그 다음이 있는 거기 때문에 절대 지치면 안 되는 거죠. 자기 새끼, 자기 자식 같은 건데…. 아직 30대니까 계속 더 달려야죠.(웃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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