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벽두, 통증치료에서 스테로이드 제제 사용이 학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발단은 2012년 미국 메사추세츠주 소재
소규모 약물 제조업체인 '뉴잉글랜드 컴파운딩센터'에서 오염된 스테로이드 주사제를 제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 회사의 오염된 스테로이드 제제를 맞은 환자들에게 뇌수막염 및 연부조직 감염 등의 문제로 사망사례가 발생한 것. 이러한 사건은 2013년 미FDA가 트리암씨놀론 제제의 ESI에 대한 안전성 정보를 분석하고 발표를 앞둔 가운데 나오면서 파장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이에 맞춰 한국식품의약품안전처도 2013년 5월 해당 제제에 대해 사용상 주의사항을 일부 변경하고, 트리암씨놀론이 경막외 또는 척수강내 주사로 권장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이 조치가 이뤄지면서 대한통증학회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학회는 이번 사안을 단순히 미국 약물 제조공장의 관리 문제로 보지 않고 약물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으로 불합리하게 해석했다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원광의대 김연동 교수는 지난해 대한통증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일반적인 약제 제조과정에 의한 단순 오염문제에 대한 경고를 식약처에서는 약품 전체의 이상 문제로 불합리하게 확대 해석한 것""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또 지침 변경에 앞서 관련 학회에 의견 요청을 한 것과 관련해서도 ""대한통증학회에서 국내에서의 사용 허가와 관련된 내용 변경은 비의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것이므로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불합리함을 피력했다.
식약처는 허가사항이 변경된 것은 오염사태 때문이 아니라 여러 가지 안전성 모니터링을 반영한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즉 오염사태와 사용상 주의사항 변경은 별개라는 것.
식약처 의약품관리총괄과 이창윤 사무관은 ""특정 약물의 오염사태만으로 허가사항이 변경될 수는 없다. 오염사태만 있었다면 행정처분 등의 조치가 이뤄졌을 것""이라며 ""해당 조치는 경막외 투여에 따른 안전성 정보를 반영해 이뤄진 것이고, 미국, 일본, 캐나다, 영국, 스위스 등에서도 투여 금지 조치가 이뤄진 점을 반영한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내에서도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은 한계가 있지만 사망사례와 감작장애 등의 유해사례가 보고된 점을 참조했다""며 이번 허가사항이 변경된 배경은 안전성 모니터링에 따른 조치임을 강조했다.
본지 확인 결과 미국에서 오염사고가 발생할 당시 FDA가 스테로이드 제제에 대한 안전성 경보 발령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결과적으로는 오염사태 시기가 맞아떨어져 생긴 것이다.
대한통증학회 기획이사인 심우석 교수(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는 ""오염사건 이전부터 미국에서는 특정 스테로이드 제조회사의 제품이 사망사건, 심각한 신경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문구를 넣었는데 우리나라가 FDA를 따라서 바꾸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 시기가 오염사건과 비슷한 시기였고 그로 인해 오히려 더 서둘렀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어쨌거나 허가 사항변경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해당 약제를 사용한 ESI에 급여 조정을 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로 인해 트리암씨놀론을 이용한 ESI를 하면 불법시술에 의한 고발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박상준 기자 sjpark@mo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