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월요일(2014년 12월 29일)이었습니다. SNS을 하고 있던 중 현X백화점 진상 모녀라는 한 커뮤니티의 글을 발견합니다. 순간 기자의 직감으로 ‘대박’ 꺼리임을 짐작 했습니다. 당시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으로 인터넷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커뮤니티 상에 올라온 현X백화점 진상 모녀의 글은 대략 이렇습니다.
“2014년 12월 27일 부천 현X백화점 지하주차장에서 VIP고객이라며 횡포를 부리는 것을 보았다. 연말이라 백화점은 당연히 인산인해, 주차공간이 부족해 대기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갑자기 대학생 20대 초중반정도로 여성이 주차 알바생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윗사람 나오라고 난리를 폈다. 이 20대 여성은 현X백화점 조카라며 그 알바생에게 온갖 갑질을 다 한다. 그 중에는 관리자로 보이는 사람의 뺨을 후려쳤다.”
글을 게시한 이는 그러면서 현X백화점 지하 4층 주차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알바생의 사진을 글과 함께 게시합니다. 무릎 꿇고 있는 피해자의 사진은 네티즌들 사이에 공분을 사기 충분했습니다.
대박 예감에 해당 게시 글을 보고 난 후 봉기자가 제일 먼저 한 것은 일단 타 매체에 보도가 됐나 안 됐나를 살펴본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단독]으로 작성된 기사는 없었고, 해당 내용을 기사화 매체도 없었습니다.
순간 갈등이 일었습니다. 기사로 풀까 아니면 SNS에 풀까? 고민은 SNS에 공유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습니다. 일차적으로는 ‘땅콩 회항’ 기사에 자칫 묻힐 수도 있다는 판단과 이후 좀 더 정확한 팩트가 나올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습니다. 사진 속 내용과 게시 글만 봐서는 한쪽의 일방적인 내용이 다수를 차기하기도 해서 기사로 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한쪽의 일방적인 내용은 논란이 생길 수 있고, 자칫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가 될 수 있습니다. 신뢰를 먹고 사는 언론의 이 같은 보도형태는 치명적입니다.
하지만 봉기자의 얌전한(?) 판단은 결국 팩트에 앞서 행위만을 보도하는 요즘 언론의 풍토에 밀리고 말았습니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이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지요. 다음(Daum) 포털 메인과 댓글 많은 뉴스 1위에 오르는 등 활약상도 대단했습니다.
급기야 현대백화점 측은 5일 “무릎을 꿇은(사진 속) 고객이 누구인지 파악했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건 세 가지이다. VIP 고객이 아니며, 현대백화점 임원의 친인척이란 소문은 사실무근이다. 그리고 알려진 것과 달리 (직원을) 때리진 않았다”고 논란에 해명을 하고 나섰습니다.
논란은 갑질을 했냐? 안 했냐? 현대백화점 측 사람이냐? 아니냐? 뺨을 때렸냐? 안 때렸냐? 무릎은 왜 꿇은 것이냐 등입니다. 논란이 예상돼 추가 취재 중이었지만, 성급한 언론의 보도는 팩트가 무시된 채 논란만 부추기는 모양새여서 아쉽네요.
다만 사건의 제보자가 한 공중파 고발프로그램에 관련 내용을 제보해 곧 방송이 된다고 하니, 그 전까지는 그저 행위에 대한 보도를 안주삼아 씹을 수밖에요.^^
조규봉 기자 c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