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 ‘토토가’에 열광하는 우리… 대한민국은 지금 추억에 취했다

‘국제시장’ ‘토토가’에 열광하는 우리… 대한민국은 지금 추억에 취했다

기사승인 2015-01-06 15:46:55

“그땐 그랬지.”

최근 대중문화계를 관통하고 있는 정서다. 영화, 방송, 가요를 막론하고 과거로의 회귀를 외치고 있다. 우리는 왜 이토록 지난날에 열광하고 있는 걸까.

◇극장가는 복고 향수로=부모세대 관심은 극장가로 향했다. 1950년대부터 근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국제시장’이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국제시장’은 6일 오전 8시를 기점으로 8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매출액 점유율은 40%를 넘는다. 경쟁작 ‘테이큰 3’(17.6%) ‘마다가스카의 펭귄’(10.4%) ‘기술자들’(8.5%)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8.1%)을 크게 제친 압도적 1위다. 추세로 볼 때 ‘국제시장’이 올해 첫 1000만 영화에 등극할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국제시장’은 ‘해운대’(2009)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윤제균 감독이 5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윤 감독은 이 영화를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께 바치는 헌사라고 소개했다. 6.25전쟁 때 아버지를 잃은 뒤 가장이 된 덕수(황정민)가 가족을 위해 평생 헌신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덕수는 윤 감독 부친의 실제 이름이기도 하다. 덕수를 통해 그려진 한 평범한 아버지의 삶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특히 40대 이상 중장년층 관객들에겐 경제부흥기를 추억하게 했다. 영화는 박정희 정권시절 외화벌이를 위해 독일로 파견을 보낸 광부, 간호사들의 고난을 얘기했다. 돈벌이를 위해 목숨을 걸고 베트남전에 참전하는 사연도 담았다. 여기에 남북이산가족 상봉 에피소드까지 넣어 아련한 느낌을 더했다. 너무 많은 얘기를 다룬 탓에 작품 자체가 엉성해진 면이 없진 않다. 하지만 당시 감성을 공유하고자 영화를 선택한 이들에겐 그리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다.

◇방송·가요계도 20년 전으로=젊은 세대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20~30대들은 요즘 90년대 감성에 푹 빠졌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기획한 특집 한 편이 예상을 뛰어넘는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이름하야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 1985~1997년까지 MBC에서 방송된 음악 프로그램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토토즐)에서 따온 타이틀이다. 김건모, 엄정화, 조성모, 이정현, 쿨, 지누션, 터보, 김현정 등 90년대 인기를 끌었던 가수들이 총출동해 추억의 무대를 꾸몄다.


앞서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시도한 적이 있는 기획이다. 하지만 무한도전 김태호PD의 스토리텔링 솜씨가 곁들여지며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했다. 스타 셀프카메라 등 당시 유행했던 프로그램 포맷을 차용한 점이 돋보였다. 또 무대 디자인은 물론 방송 자막 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써 당시 느낌을 그대로 재현했다.

방송을 본 뒤 “저 때가 너무 그립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고단한 삶에 치여 있고 있던 ‘무언가’가 건들어진 것이다. 2주에 걸쳐 두 편으로 방송된 ‘토토가’는 1부 19.8%, 2부 22.2% 시청률을 기록했다. 엔딩곡이었던 터보의 ‘트위스트킹’이 나올 땐 순간 시청률 35.9%까지 치솟았다. 문화부흥기였던 90년대에 대한 대중의 향수는 이렇게 강력했다.

◇그 시절이 그리워=조짐은 여러 차례 보였다. 과거 발표된 음악들을 특정 음악가, 장르, 주제 등에 맞춰 편집해 발매하는 컴필레이션 음반들이 제법 인기를 얻었다. 90년대를 호령한 반가운 오빠들, 윤상·토이·김동률·서태지 등 컴백이 큰 호응을 일으키기도 했다. 특정 세대나 인물을 추억하게 하는 영화 ‘써니’(2011) ‘변호인’(2013) 등이 흥행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방송에서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2012)이 큰 인기를 끌면서 후속작 ‘응답하라 1994’(2013)까지 나왔다.

추억에 취해있는 대한민국이 문득 애틋하다. 유독 비보가 잦았던 2014년을 돌아보게 되기도 한다. 저마다의 현재에 지친 이들이 찾은 탈출구는 아닐까. 위로가 되는 지난 기억이 있다는 건 분명 고마운 일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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