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서 ‘돌하르방’ 놀림받다 자살…법원, 국가 책임 30%

군대서 ‘돌하르방’ 놀림받다 자살…법원, 국가 책임 30%

기사승인 2015-01-07 10:29:55

군 복무 중 선임병들의 놀림을 받아 자대 배치 2주 만에 자살을 선택한 병사의 유족에 대해 법원이 30%의 국가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7부(홍동기 부장판사)는 7일 군부대에서 숨진 A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억2300만원의 배상을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가 전입 직후부터 선임들로부터 출신지를 빗댄 자기소개서를 붙이거나 괴롭힘을 당했는데도 지휘관들이 이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며 “엄격한 규율과 집단행동이 중시되는 군대에서는 선임들의 행위로 인해 후임들이 입는 피해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선임들의 행위가 A씨가 자살에 이르게 한 원인이 됐다고 봄이 상당한 만큼 유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대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A씨는 2012년 3월 육군에 입대 후 그해 5월 자대에 배치된 첫날부터 선임병들의 괴롭힘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생활관 선임병들은 A씨가 제주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별명: 돌하르방, 이상형: 귤 파는 여자, 하고 싶은 말: 귤 9900원, 한라봉 1만9900원, 전역 후: 감귤장사’라는 자기소개서를 써 모두가 볼 수 있게 A씨의 관물대에 붙여놨다.

또 고참병들이 A씨가 보는 앞에서 그의 바로 위 선임병에게 “후임병 관리를 제대로 하라”며 욕설을 하는 등 방법으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A씨에게 노래를 부르게 한 뒤 큰소리로 웃는 등 수치심이 들게 했다.

결국 A씨는 자대배치 2주도 안 돼 전투화 끈으로 목을 매 숨졌다. 그를 괴롭혔던 선임병 중 2명은 군 검찰에 송치됐지만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고 나머지 2명은 영창 3일이나 휴가제한 5일의 징계를 받았다.

민수미 기자 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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