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작 ‘협녀, 칼의 기억’ 개봉이 불투명해지면서 출연배우는 물론 관계자들까지 난감한 상황이다. 하지만 ‘협녀’와 맞붙을 뻔한 경쟁작들은 남몰래 미소를 짓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초 촬영을 마치고 개봉 일정을 타진하던 ‘협녀’는 아직도 관객들 앞에 서지 못하고 있다. ‘협녀’는 고려시대 세 명의 검객 덕기(이병헌)·설랑(전도연)·풍천(배수빈)이 상주 민란을 주도해나가던 중 대의 실현을 눈앞에 두고 덕기가 배신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해 12월 개봉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해 9월 출연배우 이병헌(45)이 음담패설 동영항 협박 파문을 일으키며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현재 극장 상영 중인 ‘기술자들’ 보다 먼저 ‘협녀’가 개봉될 예정이었다는 얘기가 있다. ‘협녀’는 12월, ‘기술자들’은 1월 개봉이 예정돼 있었으나 이병헌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계획이 변경됐다는 것이다.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측은 “우리 측에서는 그런 얘기가 나간 적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전해진 얘기가 사실이라면 현재 박스오피스는 다른 모습일지 모르겠다.
‘협녀’는 작년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힌 작품이다. 시나리오는 물론 배우들 연기가 워낙 좋았다는 평이 많았다. 톱배우 이병헌과 전도연의 호흡은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은교’(2012)로 화려하게 데뷔한 김고은의 출연도 눈길을 끌었다.
최근 박스오피스는 ‘국제시장’이 압도하고 있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국제시장’은 누적관객수 817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독주를 펼치고 있다. ‘협녀’가 개봉됐더라면 2파전이 됐을지 모를 일이다.
‘기술자들’은 1년 중 관객수가 가장 많은 12월에 개봉하는 혜택을 누렸다. 영화는 누적관객 233만명을 모으며 손익분기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떠오르는 스타 김우빈이 출연해 기대를 모은 작품이긴 하다. 하지만 기본적인 관객 규모가 컸던 시기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흥행요소였다.
‘협녀’ 개봉 시기를 두고 비슷한 시기 개봉을 앞둔 다른 영화들이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는 말들도 전해진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