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음 모험을 떠날 시간이 됐네.”
안타깝게도 고 로빈 윌리엄스와의 여정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와 함께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도 약 9년간의 대장정을 끝낸다. 2006년 뉴욕 자연사 박물관, 2011년 워싱턴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이어 영국대영박물관으로 돌아왔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 비밀의 무덤’(감독 숀 레비)이다.
뉴욕 자연사 박물관 중앙 홀 한 켠에 자리 잡은 밀랍인형 테디 루즈벨트(로빈 윌리엄스). 미합중국의 26대 대통령인 그는 래리 데일러(벤 스틸러)의 친한 친구이자 든든한 조력자다. 항상 곁에서 힘이 돼 준다. 하지만 황금석판이 마법의 힘을 잃으면서 루즈벨트는 점점 밀랍으로 변한다. 대영박물관으로 향한 데일러와 친구들이 황금석판의 비밀을 밝힐 수 있을지가 영화를 보는 포인트다.
윌리엄스는 지난해 8월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충격을 줬다. 수년간 우울증을 앓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영화에서 모습은 그대로였다. 데일리 곁을 지키며 충고와 조언을 마다않고, 인디언 사카주웨아(안잘리 주이)와 로맨스 연기도 펼친다.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기도 했다.
박물관 시리즈는 월리엄스가 연기 인생 통틀어 유일하게 출연한 프랜차이즈 영화다. 전 시리즈를 연출한 숀 레비 감독은 “로빈의 유머가 빛난 덕분에 테디 캐릭터는 처음부터 이 시리즈의 중심으로 굳건하게 서있었다”고 추억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3’은 매력적인 캐릭터와 풍부한 볼거리가 돋보였다. 실제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에서 로케이션 촬영해 현실감을 살렸다. 살아 움직이는 전시물과 신구 캐릭터들의 조화는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1인 2역에 도전한 벤 스틸러의 변신을 눈여겨 볼만하다. 스틸러는 뉴욕 자연사 박물관의 야간 경비원 데일리와 네안데르탈인 ‘라’를 완벽 소화했다. 동일 인물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다. 라는 자신과 쏙 닮은 데일리를 보고 아빠로 착각한다. “난 네 아빠가 아냐. 알아 닮긴 했지”라고 말해도 소용없다. 행동, 말투, 표정까지 따라하는 라에 관객들은 폭소를 터뜨린다.
그래도 박물관 시리즈 중 가장 사랑 받은 캐릭터는 카푸친 원숭이 덱스터가 아닐까. 온갖 말썽을 피우지만 똑똑하고 센스가 넘친다. 물론 이전에 비해 활약이 많지 않은 점은 아쉽게 다가온다. 새로운 캐릭터인 원탁의 기사 랜슬롯 경(댄 스티븐스)과 여자 경비원 틸리(르벨 윌슨), 예상치 못한 순간에 카메오로 등장하는 휴 잭맨이 웃음을 책임진다. 전체 관람가. 98분. 15일 개봉 예정.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