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식 선거운동 시작 하루 전인 11일, 여야 대선 후보들의 행보는 극명하게 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민생 행보를 이어가며 표심 모으기에 집중했다. 반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단일화를 둘러싼 당내 갈등을 봉합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이재명 대선 후보는 이날 전남에서 전국을 순회하는 ‘골목골목 경청투어’를 마무리했다. 전남 화순, 강진, 해남, 영암을 차례로 방문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그는 정약용 선생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언급하면서 실용주의와 통합 정신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지난 1일부터 민주당의 험지인 경기·강원 접경 지역에서 경청투어를 시작했다. 이 투어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방문이 어려운 전국 소도시 51곳을 돌며 민심을 듣는 데 주력했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기도 포천에서 땅끝마을 해남까지, 11일간의 여정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다”면서 “진짜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경제에 숨통을 틔우고, 무너진 민생을 되살리는 것이야말로 가장 우선해야 할 책무임을 거듭 실감했다”면서 “빛의 혁명으로 이 나라의 주인임을 전 세계에 당당히 보여준 위대한 우리 국민과 함께 진짜 대한민국을 위해 새롭게 출발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함께 잘 사는 희망의 나라, 회복과 성장으로 다시 뛰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후보는 전날인 10일에도 11분 37초 분량의 영상으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K이니셔티브’라는 국가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대규모 기술·연구개발(R&D) 투자와 스타트업 지원으로 경제 성장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먹사니즘’을 넘어 ‘잘사니즘’으로의 전환을 강조하며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을 약속했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한덕수 전 총리와 단일화를 둘러싼 갈등을 수습하는 데 주력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 경선에서 선출된 김 후보와 한 전 총리 간의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자, 10일 새벽 0시5분 비상대책위원회와 당 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열어 김 후보의 대선 후보 선출 취소와 한 후보의 입당 및 대선 후보 등록 안건을 동시에 처리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 당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선 후보 변경 찬반’을 묻는 ARS 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지도부의 계획은 무산됐다. 이에 따라 후보 교체를 주도했던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된 후 페이스북을 통해 “사필귀정(事必歸正) 민주영생(民主永生) 독재필망(獨裁必亡) 당풍쇄신(黨風刷新). 당원동지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감사드린다”면서 “경선에 참여했던 한동훈, 홍준표, 안철수, 나경원, 양향자, 유정복, 이철우 후보들과 함께 대선을 승리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이어 “빅텐트를 세워 반이재명 전선을 구축하겠다. 뜻을 함께하는 모든 분과 연대하겠다”며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다음 날인 11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을 향해 큰절을 하면서 단일화 논란과 관련해 “저 역시 더 넓게 품지 못한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 숙였다.
대선 후보자 등록을 마친 김 후보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구체적인 정책 비전보다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비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번 선대위는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거쳤기 때문에 더 소중하고, 의미가 깊은 시간”라면서 이 대표를 겨냥해 “선거 때 거짓말을 참말인 것처럼 현혹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는 절대 거짓말하는 곳이 아니다. 약속을 반드시 실천하는 진실한 정당, 실천하는 정당, 국민과 함께하는 정당을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