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설레지 않는 로맨틱 코미디… 아쉽기만 한 ‘오늘의 연애’

[쿡리뷰] 설레지 않는 로맨틱 코미디… 아쉽기만 한 ‘오늘의 연애’

기사승인 2015-01-14 22:49:55
사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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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나온 로맨틱 코미디가 참 반가웠다. ‘오늘의 연애’라는 제목부터 흥미를 끌었다. 요즘 유행하는 ‘썸’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 연애를 시작하기 전 남녀의 설레는 감정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했다.

경쾌한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영화는 18년간 둘도 없는 친구 사이인 준수(이승기)와 현우(문채원)의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한다. 사랑으로 발전한 우정, 충분히 현실성 있는 설정이다. 하지만 내용이 전개되면서 점점 공감하기 힘든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현우는 ‘여신’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인기 기상캐스터다. 인터넷 방송에서 날씨 중계를 하다 유명세를 타 방송국에 입사했다. 그런데 회사에서 금지된 사랑을 하게 됐다. 보도국 PD이자 선배인 동진(이서진)에게 마음을 주고 말았다. 문제는 동진이 유부남이라는 점이었다.


동진에게 많은 걸 바라지 않고 단지 함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한다는 현우의 말에 한번 고개가 기운다. 두 사람의 사랑을 정당화하려는 듯 현우가 동진을 사랑하게 된 계기를 친절히 설명해주는 장면에 또 한 번 의아하다. 비밀데이트를 하다 집사람에게 전화가 오면 동진은 매몰차게 가정으로 향한다. 그럴 때마다 현우는 준수를 불러 술을 퍼마시고 눈물을 쏟는다.

늘 현우의 주정을 다 받아주는 준수는 초등학생 때부터 그를 좋아했다. 어릴 적 고백했다 차인 적도 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남매 이상의 우애를 자랑한다. 준수가 애써 마음을 숨기는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18년간 한 여자를 마음에 둔 남자가 수도 없이 여자친구를 갈아치우는 상황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성공하려면 보통 여성 관객들 마음을 사로잡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오늘의 연애’는 여자 입장에서 봤을 때 쉽게 설레지는 않을 것 같다. 사랑하고 싶어지기 보단 그냥 준수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배우 이승기의 편안한 이미지 탓일 수도 있겠다. 가수로 활동하던 이승기는 잦은 예능 출연으로 순하고 착한 옆집 총각 이미지를 얻었다. 박진표 감독은 이승기의 마초적인 남성성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했으나 의도가 온전히 표현되지 못한 듯하다.

몇몇 진부하고 상투적인 장면들은 헛웃음을 자아낸다. 현우를 떠나달라며 동진에게 무릎을 꿇는 준수의 행동은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구두를 신었다 준수가 준비한 운동화로 갈아 신고 뜀뛰며 앞서 가는 현우는 ‘엽기적인 그녀’(2001)의 전지현과 겹친다. 엔딩에도 그런 느낌이 드는 부분은 또 있다.


물론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가볍게 보기엔 무리가 없는 영화다. 이승기와 문채원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거슬림이 없다. 이승기에겐 스크린 데뷔작, 문채원에겐 첫 주연작인데 말이다. SBS 드라마 ‘찬란한 유산’(2009) 이후 5년 만에 재회한 두 배우는 좋은 어울림을 선보였다.

오늘날 젊은이들의 사랑을 최대한 현실감 있게 그리려 한 박 감독의 노력은 돋보인다. 또래 감성을 파악하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직접 돌아다니며 장소 섭외에 공을 들였다. 준수와 현우가 자주 찾는 목욕탕 콘셉트 술집은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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