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의 재판 재배당 꼼수

기사승인 2015-01-22 09:27:55

SKT가 사건 재배당 잔꾀를 부려 KT와 LGU+측에서 제기한 광고 금지 가처분신청을 지연시켰다는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SKT는 KT와 LGU+에서 제기한 문제의 광고를 사건이 재배당 될 때까지 내보냈다.

22일 한겨레에 따르면 KT와 LGU+는 이달 10·12일 SKT을 상대로 광고 금지 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SKT은 9일부터 3개 주파수 대역을 운용해 기존 엘티이(LTE)보다 4배 빠른 통신 속도를 내는 ‘3밴드 엘티이’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는 텔레비전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KT와 LGU+는 “체험용 단말기를 이용한 것으로 상용화라고 볼 수 없다”며 광고를 당장 중지시켜 달라고 한 것.

이에따라 사건이 서울중앙지법의 민사수석부인 민사50부(재판장 조영철)에 배당됐지만 변호인 위임장에는 재판장에게 매우 낯익은 이름이 적혀 있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다름 아닌 조영철 부장판사의 매제(여동생의 남편)인 남영찬 변호사였던 것. 남 변호사는 대전지법 부장판사를 거쳐 SKT 법무실장(사장)을 지냈고, 지금은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대표변호사로 있다.

재판부는 16일 법원장에게 재배당을 요청했다. 재판장의 친인척이 변호인에 선임되기 때문.

민사소송법은 재판 당사자와 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관계에 있는 판사는 그 재판에서 배제하도록 하고 있으나, 변호인에 대한 제척 규정은 따로 없다. 이에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2013년 9월 판사의 친족인 변호사나 친족이 소속된 법무법인이 사건을 수임하면 그 사건을 재배당하라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후 사건은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부장판사가 재판장으로 있는 민사51부로 넘겨졌다.

사건이 재배당되면서 애초 16일로 예정됐던 첫 심문은 3일 뒤인 19일에 진행됐고, 심리 결과는 23일 또는 26일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SKT의 변호인 선임에 대해 재배당될 것을 뻔히 알면서 재판장의 매제에게 사건을 맡긴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겨레는 한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의 말을 인용, “재판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재판장과 관련 있는 변호인을 일부러 선임해 재판부를 바꾸도록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에는 그런 게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조규봉 기자 c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