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린이집 이름만은 빼달라고요?” 어느 어린이집 원장의 하소연

“우리 어린이집 이름만은 빼달라고요?” 어느 어린이집 원장의 하소연

기사승인 2015-01-24 05:34:55

“양심걸리지만 인건비라도 챙기려면 상한 음식 먹일 수밖에 없다” 양심고백도

[쿠키뉴스=조규봉 기자] 자고 일어나면 들려오는 뉴스 중 하나가 바로 어린이집 교사의 원생 폭행 소식입니다.

최근 인천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헤비급성 주먹을 네 살배기 아이에게 휘두른 동영상이 전국을 뒤흔들었지요. 교사는 김치를 뱉고 안 먹는다는 이유로 아이를 무자비하게 폭행했는데요. 교사에게 맞아 나가떨어진 아이는 아픈 뺨을 부여잡고 울새도 없이 일어나 무릎을 꿇고 김치를 주워먹었지요. 그 장면 뒤로 다른 아이들은 줄줄이 무릎을 꿇고 앉자 주눅이 든 모습으로 공포에 떨었지요. 다행히 폭행 교사는 긴급 체포돼 구속 조치됐지만 이후, 제2, 제3의 어린이집 폭행 교사들에 대한 동영상 제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고 일어나면 들려오는 소식 중 하나가 “우리 아이도 맞았다”는 뉴스라는 겁니다.

네 살배기 아이를 키우고 있는 봉기자 입장에서도 남일 같지 않네요. 네 살이면 한참 귀여울 때입니다. 재롱도 곧 잘 부릴 때니까요. 그런데 믿고 맡긴 어린이집에서 수시로 원생들을 폭행했다니, 부모들이 분노할 일이지요.

4년 전, 식약처(당시는 식약청)의 어린이집 9891곳 위생상태에 대한 점검 결과를 기사로 다룬 적이 있습니다. 적발내용 대부분은 유통기한 음식물을 1년도 넘게 보관한 것이었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보관하는 것은 곧 어린이들에게 불량 제품을 먹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기사가 나가자 어린이집 원장들은 출입처 홍보팀보다도 더 빨리 연락을 해왔습니다. “어린이집 망하게 생겼다. 제목에서라도 우리 어린이집 이름은 빼 달라. 이니셜 처리해 달라” 등의 민원이었지요.
하소연은 들어줬으나 민원은 들어줄 수 없었지요. 적어도 이제 막 크는 아이들에게는 폭력보다 더 한 것이 불량음식이라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이번 폭행사건이 있고, 우연찮은 기회에 어린이집(경기도)을 운영하는 분을 만났지요. 그에게 물어본 위생불량 실태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일일이 사례를 들을 순 없지만 이 원장은 말끝에 “아이들에게 정상적인 음식 먹여가며,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없다. 원장 인건비라도 챙기려면 상한 음식이라도, 양심에 걸리지만 줄 수밖에 없다”고 고백했지요.

원생 폭행이 도화선이 됐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상한 음식을 먹이는 어린이집도 비일비재(非一非再) 합니다. 이름만이라도 빼달라는 위생불량 어린이집의 원장들도 할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양심에 걸리지만 상한 음식을 줄 수밖에 없다고 한 지인은 두 번 안 볼 겁니다. 사회 문제가 되는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c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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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봉 기자
ckb@kmib.co.kr
조규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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