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규봉 기자] 담뱃값 인상으로 가격 장난을 치는 담배회사가 있습니다. 외국 담배회사 BAT코리아라는 곳인데요. 2000~3000억원대의 시장 점유율을 형성하고 있는 외국 담배 업계 2위 업체 입니다. 1위는 필립모리스로 4000억원대의 매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BAT코리아는 1위 필립모리스와는 어느 정도의 점유율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대표 상품인 '던힐' 외에 내세울만한 제품이 없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인기 없는 담배 회사가 정부의 담뱃값 인상으로 호시절을 맞았습니다. 다름 아닌 가격을 앞세워 애연가들을 꼬드기고 있는 것인데요.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정부가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해서 일반적으로 담뱃값이 4500원이 됐지요. BAT코리아의 경우 제품 경쟁력이 없는 '보그' 담배에 대해 2000원이 아닌 1000원을 인상을 합니다. 이렇게 되면 보그의 시중가는 3500원이 되겠지요. 인기가 없어도 가격 경쟁력 면에서 다른 담배들과 쉽게 경쟁을 할 수 있지요. 한 푼이 아쉬운 애연가들은 1000원 저렴한 담배에 열광할 정도이니까요.
BAT코리아는 애연가들의 이런 약점을 교묘하게 노린 것입니다.
더 교묘한 것은 담뱃값 인상 이후 3500원에 불티(?)나게 판매된 '보그' 제품을 없애기로 했다는 군요. 느닷없이 3500원에는 이제 안 판다고 하니 뭔가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느낌인데요. 담뱃세가 3318원임을 감안하면 당초 BAT코리아의 저가정책은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지요. 하지만 얍삽한(?) 담배회사는 손실이 되는 시점이 되자 이처럼 가격을 다시 올린 것입니다.
3500원에 판매되는 담배가 모두 판매되면 4000원 이상의 신제품이 그 자리를 채울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에선 현재 1000원이라도 더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소비자들 통에 '사재기' 현상까지 낳고 있답니다.
자, 이쯤 되면 누가 봐도 꼼수지요? 보그 담배의 겉포장에는 저렴함을 강조하기 위한 '3500원' 가격표시가 뚜렷하게 박혀있습니다. 애연가들은 BAT코리아의 담뱃값 장난에 농락당한 기분일겁니다.
또 애연가들은 잘 알겁니다. BAT코리아가 저가정책으로 이미지 포장을 했지만, 그게 다 미끼정책이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은 평소 이 회사의 담배를 애용하지 않던 애연가들도 자연스럽게 이 곳의 담배를 구매하게 되는 효과를 얻었지요. 저가정책 하나로 안 팔리는 담배도 팔고, 잘 팔리는 담배의 소비자 이용률을 더 높일 수 있었으니 말이에요.
때문에 소비 점유율을 높이는 방법 중에 가격정책만큼 효과 큰 것도 없지요. 그러나 금번 BAT코리아의 가격정책은 소비층을 오히려 떨어지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국민정서법이란 말이 있지요. 도덕적이지 못한 행위나 행태, 다소 간사한 행위 등에 대한 국민들의 노여움이 곧 법처럼 효력을 지닌다 해서 나온 말입니다. '갑(甲)질'하는 기업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법이기도 한데요. BAT코리아가 애연가들을 상대로 가격 장난치는 것 또한 갑질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갑질 해명의 기회를 드릴 테니 꼭 좀 얘기해주시죠. 그런데 가격 장난친 행동이 부끄러워 해명이나 하실 수 있겠어요? ckb@kmib.co.kr
""인건비라도 챙기려면' 어떤 어린이집 원장의 고백
자고 일어나면 들려오는 뉴스 중 하나가 바로 어린이집 교사의 원생 폭행 소식입니다.
최근 인천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헤비급성 주먹을 네 살배기 아이에게 휘두른 동영상이 전국을 뒤흔들었지요. 교사는 김치를 뱉고 안 먹는다는 이유로 아이를 무자비하게 폭행했는데요. 교사에게 맞아 나가떨어진 아이는 아픈 뺨을 부여잡고 울새도 없이 일어나 무릎을 꿇고 김치를 주워먹었지요. 그 장면 뒤로 다른 아이들은 줄줄이 무릎을 꿇고 앉자 주눅이 든 모습으로 공포에 떨었지요. 다행히 폭행 교사는 긴급 체포돼 구속 조치됐지만 이후, 제2, 제3의 어린이집 폭행 교사들에 대한 동영상 제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고 일어나면 들려오는 소식 중 하나가 ""우리 아이도 맞았다""는 뉴스라는 겁니다.
네 살배기 아이를 키우고 있는 봉기자 입장에서도 남일 같지 않네요. 네 살이면 한참 귀여울 때입니다. 재롱도 곧 잘 부릴 때니까요. 그런데 믿고 맡긴 어린이집에서 수시로 원생들을 폭행했다니, 부모들이 분노할 일이지요.
4년 전, 식약처(당시는 식약청)의 어린이집 9891곳 위생상태에 대한 점검 결과를 기사로 다룬 적이 있습니다. 적발내용 대부분은 유통기한 음식물을 1년도 넘게 보관한 것이었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보관하는 것은 곧 어린이들에게 불량 제품을 먹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기사가 나가자 어린이집 원장들은 출입처 홍보팀보다도 더 빨리 연락을 해왔습니다. ""어린이집 망하게 생겼다. 제목에서라도 우리 어린이집 이름은 빼 달라. 이니셜 처리해 달라"" 등의 민원이었지요. 하소연은 들어줬으나 민원은 들어줄 수 없었지요. 적어도 이제 막 크는 아이들에게는 폭력보다 더 한 것이 불량음식이라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이번 폭행사건이 있고, 우연찮은 기회에 어린이집(경기도)을 운영하는 분을 만났지요. 그에게 물어본 위생불량 실태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일일이 사례를 들을 순 없지만 이 원장은 말끝에 ""아이들에게 정상적인 음식 먹여가며,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없다. 원장 인건비라도 챙기려면 상한 음식이라도, 양심에 걸리지만 줄 수밖에 없다""고 고백했지요.
원생 폭행이 도화선이 됐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상한 음식을 먹이는 어린이집도 비일비재(非一非再) 합니다. 이름만이라도 빼달라는 위생불량 어린이집의 원장들도 할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양심에 걸리지만 상한 음식을 줄 수밖에 없다고 한 지인은 두 번 안 볼 겁니다. 사회 문제가 되는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ckb@kmib.co.kr
사진 국민일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