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권남영 기자] 러시아 보리스 넴초프(55) 전(前) 부총리가 괴한의 총격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반대하는 야권 운동을 이끌어 온 대표적 반정부 인사다.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는 27일 저녁(현지시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불과 2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4발의 총격을 받아 결국 숨졌다.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는 2008년 다른 야권 지도자들과 함께 야권 운동 단체 ‘솔리다르노스티’(연대)를 창설해 이끌면서 푸틴 정권의 권위주의와 부패, 경제 실책 등을 신랄하게 비판해 왔다.
2011년 총선 이후엔 유명 블로거이자 변호사 출신의 야권 운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 등과 선거 부정, 푸틴의 장기 집권 시도 등을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다. 최근 들어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과 경제난 등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소련 붕괴 직전인 1990년 소련 내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의회 격) 대의원 선거에 출마해 공산당 후보들을 제치고 당선된 넴초프는 의회에서 농업개혁과 무역자유화 등을 위한 입법 활동을 주도했다. 그는 당시 최고회의 의장이던 개혁파 옐친의 눈에 띄었으며 이후 대통령이 된 옐친에 대한 보수 강경파의 공격 저지에 앞장서며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그 덕에 니제고로드스크주 주지사(1991~97년), 연료·에너지부 장관(1997년), 제1부총리(1997~98년) 등의 요직을 거치며 대중적 인기를 끌던 넴초프는 1990년대 후반 옐친 대통령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의 여파에 따른 러시아의 치명적 경제위기로 옐친 정권이 흔들리면서 그도 부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했고 정치적 인기도 추락하고 말았다. 1999년 자유주의 성향의 다른 정치인들과 함께 ‘우파세력연합’당을 창당해 하원에 복귀하면서 정치적 재기를 노린 넴초프는 이듬해 하원 부의장에 선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정당 소속의 일부 정치인들이 2000년 집권한 푸틴 정권 지지 세력으로 돌아서면서 야당 성향 유권자들이 등을 돌렸고 ‘우파세력연합’은 결국 2003년 총선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넴초프는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공동대표직을 내놓아야 했다.
의회를 떠난 넴초프는 이후 푸틴에 반대하는 여러 야권 단체와 정당 등을 만들어 이끌면서 재야 반정부 지도자로 활동해왔다. 이 때문에 여러 차례 체포되는 등 정치적 박해를 받았지만 사망하기 전까지 반정부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