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김래원 “재현 형님은 연기 설렁설렁, 왜냐면…”

[쿠키人터뷰] 김래원 “재현 형님은 연기 설렁설렁, 왜냐면…”

기사승인 2015-03-03 04:05:55
사진=박효상 기자

“박경수 작가의 글이 너무 훌륭해요. 다들 ‘박정환을 연기한 게 대단하다’고 하시지만 글이 좋았고 박 작가와 저와의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겠죠.”

[쿠키뉴스=민수미 기자] SBS 드라마 ‘펀치’를 끝마친 김래원(33)은 무척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 뇌종양 환자이자 죽는 순간까지 복수의 끈을 놓지 않는 검사 ‘박정환’ 역은 베테랑 연기자라 해도 소화하기 힘든 역할이다. 하지만 여유도 묻어났다. 한층 더 깊어진 연기 내공 때문일까.

최근 서울 종로구 북촌로의 한 게스트하우스서 김래원을 만나 드라마를 마친 소회를 들어봤다.

“여유가 많이 생긴 것 같아요. 드라마 하면서 대단히 힘들다 생각은 안 했으니까요. 아쉬움은 다 있지만 그러면서도 해야 할 일은 한 것 같아요. 한층 더 나아진 생각을 한 게 드라마를 혼자 만들어 가는 게 아니라 동료 배우들과 같이 만들어 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들이 살아야 내가 더 살아요. 캐릭터를 보기보다는 극 전체를 봐야 하는데 그만큼 시야가 넓어진 거죠.”



‘펀치’는 대검찰청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 박정환 검사의 생애 마지막 6개월 기록을 그린 드라마다. 얽히고설킨 인물 구도만큼 김래원은 쟁쟁한 선·후배 배우들과 끊임없이 대립해야 했다. 특히 배우 조재현과의 기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 연기는 시청자와 평론가들 사이에서 호평받기 충분했다. 조재현도 최근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김래원이 작정하고 연기하는 것 같더라’라고 평했을 정도니 말이다.

“저 원래 열심히 해요. 재현이 형님이 설렁설렁한 스타일이시죠.(웃음) 내공이 있으시니까.”

“사실 재현이 형님과의 호흡은 환상이었어요, 제가 연기를 잘할 수 있게 만들어 주셨어요. 감사한 부분이죠. 물론 그런 분위기를 안 만들어 주셨어도 제가 만들었을 테지만 그러려면 시간이 꽤 필요 했을 거예요. 극 초반부터 너무 뜨거운 사이였어야 했는데 형님께서 먼저 서로 간의 어색함을 내리고 대사를 던지면서 연기 밀당을 먼저 해 주신 거죠. 그걸 새삼 느낀 게 극 중 이태섭(이기영 분)의 죽음 앞에서 절규할 때 감정을 더욱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촬영 외에도 두 분께서 계속 장난을 치시더라고요. 그건 몰입하려고 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펀치’를 같이 했던 배우들에게 고마워요. 특히 최명길 선배님과 온주완 씨요. 다른 분은 자기 몫을 하고 자기 것을 정확히 가지고 가셨지만 두 분은 드라마 속에서 희생하는 역할을 한 거잖아요. 욕만 먹고. 너무 고마워요.”



김래원이라는 배우의 연기 저변이 또 한 번 넓어졌다. 데뷔 이래 그는 검사, 건달 등의 극과 극을 넘나드는 캐릭터서부터 문화재(예술품) 복원 전문가, 음악감독, 초등학교 선생님, 강력계 형사, 대학생 등 그의 행보는 쉽게 가늠하기 힘든 역할들로 꽉 차 있다. 어떤 역을 맡아도 김래원만의 스타일로 소화해 냈다. 슬슬 연륜이 묻어나오는 배우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고나 할까.

‘펀치’에서 그냥 검사도 아닌 ‘시한부 검사’를 연기한 그의 속내는 어땠을까?

“카리스마 있는 검사 역할과 나약한 시한부의 양면적인 모습을 확실히 구분 지었어요. 만약에 두 가지 모습을 같이 가져갔으면 ‘박정환’이란 인물이 힘없고 지루했을 것 같아요. 검사 일을 하면서 지쳐 하면 보는 사람도 힘들었을 것 같고. 일할 때는 냉정하고 차분하게 연기하고 집에서 통증이 시작되는 장면은 확실하게 공을 많이 들였어요. 그때는 ‘박정환은 아픈 사람’이라고 인식시켜주는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의 노력을 기울였죠. 그냥 아픈 인물이 아니라 ‘어! 쟤 어떡해’ 하는 정도의 몰입감으로 끌어당겨 줘야지 극 후반에 어떤 짓을 해도 시청자들이 박정환이 고통스러운 인물이라는 걸 이해할 수 있거든요. 그런 구도를 초반에 잘 만들어 놨기 때문에 갈수록 힘이 빠지지 않게 할 수 있었어요.”



작품마다 성장하는 배우를 보는 일이란 시청자 입장에서도 큰 즐거움이다. 지난 2011년 SBS 드라마 ‘천일의 약속’ 이후 3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김래원의 모습은 공백이 무색할 정도였다. 특히 이번 드라마 ‘펀치’는 김래원의 대표작을 다시 정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그런 그의 연기 생활을 앞으로 얼마나 볼 수 있을까?

“‘언제까지라…’. 어떤 작품을 만났을 때 집착이나 열정이 없다면 끝이지 않을까 싶어요. 안주하는 순간, ‘나는 잘해’ ‘이 정도면 됐어’ 하는 순간 그만해야죠. 나중에 가정이 생기고 가정에 더 충실해야 된다고 느끼거나 연기에만 집착하는 게 바람직하지 못한 이유가 생기면 접을 수도 있겠죠. 연기에 안주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min@kmib.co.kr


민수미 기자 기자
min@kmib.co.kr
민수미 기자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