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기자의 호시탐탐] 국민 등골 휘는데 담뱃값 올리고 소주값도? ‘세금부담’ 해도 너무하는 대한민국

[봉기자의 호시탐탐] 국민 등골 휘는데 담뱃값 올리고 소주값도? ‘세금부담’ 해도 너무하는 대한민국

기사승인 2015-03-06 16:28:55

[쿠키뉴스=조규봉 기자] “술에 건강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논의된바가 없습니다.” 지난 1월 13일 세종시 보건복지부 기자실에 방문한 장옥주 복지부 차관의 말입니다.

담뱃값 인상에 대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논의된바 없다던 주류세 인상 얘기가 솔솔 나오고 있습니다. 괴담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일색입니다.

이미 봉초담배(저가담배)로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을 대로 잃은 국회의원들의 수작(?)입니다. 해당 국회의원들을 일일이 거론하진 않겠습니다. 의원실 보좌관들로부터 “우리 의원 이름만 빼 달라”는 청탁을 받기 싫어서입니다.

주류세 인상의 발단은 이미 많은 매체에서 보도된 바처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알코올법 제정안 공청회를 연 게 문제가 됐습니다. 복지위원들은 일부 지역구 의원들을 빼면 거의 전문성을 가진 의사 간호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 각 사단법인체 소속 회장들이나 시민단체, NGO단체에서 그들을 대변하기 위해 몇 석 주는 비례대표로 구성돼 있습니다. 설명하기 쉽게 얘기하자면 그렇습니다.

지난 3일이었지요. 보건복지위 전체회의가 열렸습니다. 원래 전체회의는 위원회에서도 소위원회가 있는데 그 소위원회에서는 통과된 법개정안이나 제정안을 최종적으로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합니다. 상임위마다 차이가 있지만 잘 열리지는 않지요. 의원님들께서 공사다망(公私多忙)하신 게 이유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여튼 이날 전체회의에서 ‘국가알코올폐해 예방 및 감소에 관한 법률(이하 알코올법)’ 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주폭과 알코올중독 방지를 위해 부담금을 부과하자는 내용도 논의가 됐지요. 이 말은 즉 사회적으로 술로 인한 범죄와 건강악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니 그에 따른 세금을 올리자는 취지입니다. 더 쉽게 말하면 주류세를 인상하자는 얘깁니다.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이뤄진 공청회답게 의학회와 사회복지학교수, 변호사, 보건복지대학 등에서 자리께나 차지하고 있는 분들도 주류세 인상에 찬성을 했습니다. 사실 이분들은 주류세 인상을 위한 명분입니다. 국회에서 뚝딱 주류세를 올리기 애매하니, 그나마 학식 두루 갖춘 분들의 의견을 들어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는 겁니다. 이래야 비난의 화살이 국회의원들에게 직접적으로 날아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류 부담금 도입을 부담스러워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담뱃값 인상으로 표심을 의심했던 걸까요? 새누리당에서 먼저 지금도 술 가격의 72%가 세금이라며 반대의 의견을 보였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도 부담금이 곧 세금일 텐데, 소비자들이 받아들이겠냐고 반문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 담배 등 서민물가 폭등하고 있습니다. 사실입니다. 직장인 가정주부 노인 등에서 나라꼴이 점점 살기 힘들어져 각박해진다고 입을 모읍니다. 네티즌들은 역대 대통령 중 세금 걷는 수준이 최고다라며 대놓고 비아냥거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이번엔 술값까지 올리려 하고 있으니 세금 내다 등골 휘게 생긴 직장인들의 불만도 한 가득입니다. 그래서 요즘 남여 구분 없이 셋명만 아니 두명만 모여도 세금 얘기를 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먹고 사는 게 걱정인 요즘 같은 시기에 세금의 여파가 큰 것 입니다.



네티즌들의 반응을 볼까요?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댓글이 수도 없습니다. 그 중 몇 개만 나열해 보지요.

#1“국민 건강 위해 담뱃값 인상, 알콜중독 막기 위해 술값 인상, 비만 방지 위해 식품가격 인상, 자동차 매연피해 방지 위해 차량과 유류가격 인상, 과도한 전기사용 방지 위해 전기요금 인상, 물 낭비 방지 위해 상수도요금 인상, 갖다 붙이면 당위성을 얻는 열 불나는 명분들...” #2“참! 골고루들 하십니다. 위에서부터 아전들까지 농민들 등쳐먹던 이조말기로 돌아간 듯 합니다.”

#3“술 담배하고 국민들 병 걸릴까봐~ 걱정한 나머지 값 올려 못 먹게 하는 나리들, 정말 눈물이나고 백골이 난망 하옵니다!” #4“국민을 무슨 수학 공식으로 생각하는 건지, 아님 실험용 쥐로 생각하는 건지”

이쯤 되면 심각한 상황인거지요?

한편에선 지지율이 떨어질 우려를 감수하면서까지 세금을 걷어 세수확보에 열심인 박근혜정부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이들도 있습니다. 물론 역대 정부에서 하지 못한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선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명분 게임에서 밀립니다. 다소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많습니다. 국민건강으로 담뱃값을 인상한다고 했지만 결국 저가담배, 봉초담배로 그 본색을 들어내 세금확보가 먼저라는 인식을 줘 비난을 받은 게 그것입니다. 그 비난은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하물며 그런 상황에서 이제는 주류세까지 인상한다는 얘기에 서민들의 불만이 정말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충분한 합의도 거치지 않은 채 말이지요.

담뱃값이 오르면서 “어 이러다, 소주값도 오르는 거 아냐?”라고 생각했던 분들이 많습니다. 당시에는 마치 괴담처럼 나온 얘기였는데요. 국회에서 구체적인 얘기가 나오자 정말 결과적으로 서민 증세 아니냐는 논란으로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애초에 거센 비난과 논란이 예상된 서민세였습니다. 충분히 감안을 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섭니다만, 현재로서는 감당키 어려울 정도의 불만과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비흡연자와 술을 안 마시거나 못 마시는 소비자들에겐 좋은 정책이겠으나, 수백만의 자영업자들과 직장인들에겐 결코 달가운 소식들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국민건강을 내세우지 말았어야 합니다. 차라리 세수확보 때문이라고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했어야 합니다. 그랬다면 국민들의 반응이 이 정도까지 격하게 나타나진 않았을 겁니다. 당분간 거센 비난을 박근혜정부가 감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ckb@kmib.co.kr
조규봉 기자
c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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