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강하늘 “회오리 같은 요즘, 폭풍의 눈이 되고 싶어요”

[쿠키人터뷰] 강하늘 “회오리 같은 요즘, 폭풍의 눈이 되고 싶어요”

기사승인 2015-03-10 19:04:55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권남영 기자] 본인은 부담스러워하지만 대세는 대세다. 또래 배우들 중 요즘 강하늘(25)만큼 주목을 받는 이가 있을까. 바쁜 스케줄은 말할 것도 없다. 스타의 숙명인 구설수에도 오르내린다. 갑작스런 상황에 흔들릴 법도 하지만 다행히 강하늘은 중심을 잡고 있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불과 한 달여 만에 다시 가진 인터뷰였다. 앞서 영화 ‘쎄시봉’에 대한 얘기를 나누려 만났었는데 이번엔 ‘순수의 시대’다. 연극 ‘해롤드 앤 모드’ 공연을 끝낸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오는 25일엔 ‘스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대중에게 강하늘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tvN 드라마 ‘미생’ 장백기 모습이 흐릿해질 지경이다.

‘순수의 시대’에선 또 새로운 모습이다. 원치 않는 부마 자리에 앉게 돼 불만에 가득찬 태조의 사위 진으로 분했다. 지금껏 해보지 않은 비열한 악역이다. 강하늘에게도 진은 “차~암 나쁜 놈”이란다. 술을 마시며 방탕하게 노는 생활은 진에게 일상이다. 만만해 보이는 평민 여성을 골라 겁탈을 일삼는다. 꺾여버린 권력욕, 아버지(신하균)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불만을 그런 식으로 풀어버리는 것이다.


“애였죠, 애. 진이라는 인물은 애였어요. 부마라는 직책을 어깨에 짊어졌는데 이 사람은 부마가 될 사람이 아닌 거예요. 부마 자리에 앉았기 때문에 하지 못한 많은 것들을 다른 방법으로 표출하는 건데…. 한 마디로 투정부리는 거죠. 찡찡대는 건데 찡찡대는 수위가 좀 센 거죠(웃음).”

그간 강하늘을 반듯한 엘리트 이미지의 역할을 많이 맡았다. 이번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던 걸까. “그런 건 아니었다”는 게 그의 대답이다. 역사를 바탕으로 픽션을 만들어낸 작품 자체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연기를 하면서도 그가 신경을 쓴 건 다른 부분이었다.

“제가 선택한 좋은 작품, 그리고 선배님들께 나라는 사람이 해를 끼치긴 싫었어요. ‘득이 되진 않겠지만 해가 되진 말자’는 생각이었거든요. 항상 그 마음으로 촬영을 했어요. 내가 뭐 ‘이미지 변신을 해야겠다’ ‘나 이제 교복 안 입을 거다’ 이런 건 아니었어요(웃음).”


인터뷰마다 강하늘이 하는 얘기가 있다. 본인은 자신이 맡는 캐릭터보다 작품 자체를 보고 출연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번엔 여러 작품이 겹쳤으나 단순히 ‘다작(多作) 배우’로 불리는 건 억울하기만 하다.

강하늘은 “모든 작품은 정말 심혈을 기울여 고심 끝에 선택한 것들이고 촬영 때마다 모든 걸 쏟았다”며 “단순히 ‘아무 작품’으로 보이진 않을지 작품들한테 미안하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결코 작품의 무게감을 흐트러뜨리고 싶지는 않다는 게 그의 마음이었다.

혹자에겐 ‘떠오르는 신예’ 정도로 비쳐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강하늘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연기경력을 차곡차곡 쌓아온 배우다. 2006년부터 뮤지컬이나 연극 무대에 서며 실력을 다졌다. 갑자기 쏟아진 인기로 당황스러울 때 강하늘은 다시 연극무대로 돌아갔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주변에서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는 분들이 늘어난 건 사실이에요. 근데 이게 진짜 취하기 쉬운 단술이거든요. 맛있어서 계속 먹다보면 취한단 말이에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그런 관심이나 생각해주시는 것들은 감사한 마음으로 끝내려고 해요. 그 이후엔 오히려 더 저를 붙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쉬운 일이 아니란 건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실질적으로 느끼는 어려운 점도 있다고 했다. 강하늘은 “저는 정말 솔직하게 표현하는 걸 좋아해서 제 마음 그대로를 표현하고 싶다”며 “하지만 어떤 분들 눈에는 안 좋게 보이기도 하는 것 같더라”고 조심스레 입을 뗐다. 그는 “(언제부턴가) ‘그런 것들까지 신경써야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 것에서 오는, 지금까지의 내 모습과는 다른 괴리감이 없지 않다”고 털어놨다.

최근 강하늘은 몇 차례 뜻하지 않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SNS에서 친한 지인과 대화를 나눴다 열애설에 휩싸였고, 팬이 준 선물을 지인에게 선물한 사실이 알려져 질타를 받았다. 조심스럽게 이 얘기를 꺼냈는데 반응은 의외로 담담했다. 변명 따윈 없었다. 강하늘은 “제가 죄송해야하는 게 맞고. 죄송할 것에 있어선 당연히 죄송해야한다”고 사과했다.

그는 “죄송한 부분에 있어선 죄송하지만 하나하나에 흔들리면 제 자체가 흔들릴 것 같다”며 “나머지 부분에선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는 게 제가 할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조금은 무거워진 분위기를 바꿔보려 “인기가 많아지니 따라오는 게 아니냐”는 농을 던졌다. 다시 웃음을 찾은 강하늘은 “인기가 많아졌다기 보다 그냥 자꾸 눈에 보이니까”라면서 멋쩍어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올해를 맞으면서 한 다짐이 있느냐고 물었다. 가벼운 질문에 다소 무거운 대답이 돌아왔다. “변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것들. 그런 것들이 변하지 않는 힘을 가진 사람이면 좋겠어요.” 이런 그의 마음은 고집을 넘어서 ‘아집’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굳건히 지켜내고 싶다는 의지로 보였다.

“아마 2014년보다 2015년이 더 소용돌이 같겠고, 2016년은 더 회오리 같을 지도 모르죠. 그럼에도 내가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투모로우’라는 영화를 보면 ‘폭풍의 눈’이 나오잖아요. 주변은 휘몰아쳐도 폭풍의 눈은 고요하잖아요, 굉장히 힘이 강하기 때문에 그렇겠죠? 저도 너무 강해서 주변이 아무리 휘몰아쳐도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