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약물 파동’에 휘말린 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26)이 23일(한국시간)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자격정지 조치를 받았다. 우려했던 2년 자격정지가 아니어서 내년 8월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전에 징계가 풀리지만,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이라는 걸림돌에 부딪혔다.
이 같은 소식을 전한 기사들의 댓글을 보니 박태환에 대한 여론이 호의적이지 만은 않은 것 같다. 체육회의 해당 규정이 ‘이중 징계’ 논란까지 나오는 터라 대중은 한국 수영의 ‘영웅’ 박태환을 위해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체육회를 비난할 것 같았지만, 박태환의 올림픽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댓글 못지않게 부정적인 반응도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제 아무리 박태환이라도, 박태환이 올림픽을 못 나가는 건 아쉬워도 박태환 때문에 규정을 바꾼다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심리학 용어 중에 ‘집단 극화(group polarization)’ 현상이라는 것이 있다. 혼자서 내리는 결과와 반응이 집단을 이룬 뒤에 원래 결과와 반응보다 더 극단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한 명씩 반응을 물어본 것과 집단을 이뤄서 토론을 한 후에 반응을 보면 개인적인 의견이 집단에서는 더욱 극단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 때 두 가지로 극명하게 결과가 나눠진다. 한 쪽은 더 보수적인 반응이 나오고, 다른 한 쪽은 모험적인 반응이 나온다. 이것을 보수 이행(conservative shift)과 모험 이행(risky shift)라고 말한다.
1961년 심리학자 스토너(Stoner)는 자신의 석사 논문에서 ‘선택 이행(choice shift)’이라는 현상을 최초로 밝혔다. 여기서는 집단 토의 후의 결정과 개인의 반응을 비교했을 때 집단이 훨씬 위험한 쪽으로 나타났다. 이런 증명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집단의 구성원들이 선호하는 결정의 방향으로 맞추고 또 다른 이들의 주장을 자신이 생각하는 주장에 뒷받침 하는 증거로 가져와 더욱 극단적으로 이끌게 된다. 박태환 기사나 다른 이슈에서도 두 갈래로 나뉘어 극단적인 댓글과 반응을 보이는 것은 바로 이런 집단 극화 현상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심리학 용어에 ‘레밍효과(lemming effect)’라는 것도 있다.
이 효과는 아무 생각 없이 남이 주장하는 것을 따라가고 동조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쏠림 현상(tipping effect)’이라고도 한다. 레밍(Lemming)이라는 말은 실제 노르웨이 지역에 서식하는 들쥐의 이름이다. 이 들쥐들의 특성은 떼를 지어서 들판을 달리다가 절벽에 도달해서 제일 앞에 있던 들쥐가 뛰어내리면 나머지 뒤에 있는 들쥐들도 따라서 집단 자살을 한다.
박태환은 국민에게 희망을 준 영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번 ‘금지약물 파동’과 불미스런 사건을 두고 팬들은 많이 좋아했기에 실망도 더 큰 쪽과 많이 좋아했기에 그래도 박태환을 응원해주고 싶은 두 갈래로 나눠지게 된다. 이후 (같은 생각을 가진) 다른 이들의 댓글을 자신의 생각에 대한 뒷받침으로 삼아서 더욱 극과극의 반응이 쏟아지는 것이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