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 씨는 2년 전 암 보험에 가입했다. 한국인 3명 중 1명이 암이라는 국내 현실과 치료비 발생으로 생길 경제적 부담을 예방하기 위해 유명한 보험회사에서 판매하는 보험상품에 가입한 것이다.
2년간 열심히 보험료를 납부한 김씨는 얼마전 건강검진에서 침샘에 생긴 종양을 발견했다. 그러나 김씨는 종양제거술을 받는 과정에서 가입한 보험사로부터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김씨는 왜 유명 보험상품에 가입하고도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일까.
민간의료보험 상품 중 대표적인 암보험은 암에 걸리면 수술비와 입원비 등을 보장받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또 보험료도 다른 만기환급형이나 실손형 의료보험에 비해 저렴한 편이라 경제 활동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가입돼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13년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암보험 관련 상담, 피해구제건수는 매년 지속돼 상반기 상담건수는 246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78.4% 증가했고, 피해구제건수도 29건으로 전년 대비 5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보험 피해유형은 보험금 지급 관련 건이 전체의 90.7%(205건)로 가장 많았다.
앞서 사례에 등장한 김씨도 경계성 종양 제거수술을 받았지만 치료과정에서 어떠한 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었다. 김 씨는 보험사로부터 경계성 종양은 암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비 일체를 지급해질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황당했지만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종양을 암으로 인식했고, 담당 의료진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암으로 설명했기 때문에 암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소비자가 암보험 가입 당시 상품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경우에 해당해 보험사에 문제를 제기해도 소비자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가입자가 인식하는 보장범위와 실제 보장범위의 차이가 가입자와 보험사 간의 문제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처음부터 보장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소비자에게 있을까, 아니면 판매의 책임이 있는 보험사에 있을까.
보험설계사를 통해 보험가입시 상품의 보장범위를 설명을 듣지만 그 설명이 형식적으로 그치거나 주로 가입을 유도하는 마케팅식 설명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암보험 하나쯤은 있어야한다’거나 ‘암 진단시 수술비와 입원비, 진단비를 보장해준다’는 식의 설명에는 가장 중요한 보장범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빠져있다.
실제 암보험 가입자 중 암수술을 받은 사람보다 양성종양술을 받은 경우가 더 많다는 분석도 있지만 보험사는 이같은 질환정보보다 암 자체의 두려움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의료팀장은 “소비자는 암보험에 가입할 때 모든 암에 대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약관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진단명에 따라 단서조항이 세밀하게 달려있다. 보험사는 대장암, 위암 등 발병률 높은 암의 보장성에 대해 설명하고 다른 경계성 종양이나 상피내암 등에 대한 세세한 단서조항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다. 설령, 설명했다하더라도 소비자가 용어자체가 어려워 가입당시 이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또 보험사가 암이라고 인식하는 부분과 의료진, 환자가 암이라는 인식하는 부분이 서로 달라 항상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