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앓는 노인의 고통을 아십니까

대상포진 앓는 노인의 고통을 아십니까

기사승인 2015-05-09 02:12:55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말도 마, 시도 때도 없이 콕콕 찌르는 극심한 통증 때문에 밤에 잠도 못 자요. 내가 6명을 낳았는데 애 낳는 것보다 더 아파요.” 경상도 영양에 거주하는 정순교(80)씨는 5년 전 대상포진에 걸린 후 현재까지 극심한 통증 때문에 서울과 영양을 오가며 신경통 치료를 받고 있다. 정씨를 이렇게 힘들게 한 대상포진은 왜 생기고 어떤 증상을 보일까. 이 질환은 어렸을 때 바이러스가 수두를 일으킨 뒤 몸속에 잠복 상태로 있다가 면역력이 약화됐을 때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생한다. 대상포진은 처음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신경통과 같은 합병증을 유발해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삶을 저하시킨다.


◇산통보다 더한 고통, 5년째 시도 때도 없이 이어져=발병 당시 75세던 정씨는 그 흔한 당뇨도 없을 정도로 건강한 상태였다. 정씨는 “어느 날 갑자기 엉덩이 아래에 오돌토돌한 물집이 잡혔다. 뾰족한 걸로 콕콕 찌르는 것같이 계속 아파 이상하다 싶어서 약을 먹었는데 아픈 게 가시질 않았다”고 말했다. 정씨는 “주사를 무서워해서 병원도 못 가고 참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딸한테 말했다”고 전했다. 딸 권선애(40)씨는 영양의 한 병원에 정씨를 입원시켰다. 그러나 당시 병원은 단순한 피부병으로 판단해 피부과 치료만 시행했다. 피부가 말끔해졌는데도 통증이 더욱 심해지자 정씨는 아들이 사는 울산의 큰 병원으로 옮겼고, 그곳에서 대상포진 진단을 받았다. 실제 대상포진은 수포가 띠 모양으로 발생해 올라오기 전에는 초기 진단이 어렵다. 피부에 병변만 보이는 경우도 대상포진을 피부병으로 오인할 수 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대상포진의 가장 흔한 합병증으로 발진 이후 1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예리한 통증, 찌르는 듯한 통증과 같은 심각한 통증이 수 주에서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연령이 높을수록, 조기치료가 늦어질수록 통증 강도와 지속 기간이 길어지는데, 정씨는 고령인데다 제대로 된 치료가 늦어 5년이 지난 현재까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콕콕 찌르는 탓에 밤에 잠도 못 자. 밥맛이 없어서 밥도 제대로 못 먹어요. 아픈 것도 죽겠는데 아들, 딸들한테 미안한 건 말도 못해.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야.” 정씨는 현재 고통이 극심해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다.

◇지켜보는 가족도 고통, 경제 부담도 커=“마약성 진통제가 독한지 우울증 증세도 보여요.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하니 지켜보는 가족 마음이 말이 아니죠.” 5년째 정씨를 간호하는 자녀 권씨는 어머니가 몇 년째 같은 병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을 숨길 수 없다. “옆에서 아프신 모습을 몇 년 째 지켜보자니 그러면 안 되지만 솔직히 저희도 점점 지치고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어요.”

치료 비용도 만만치 않다. 권씨는 어머니의 병을 고쳐보려 민간요법부터, 마약성 진통제까지 이것저것 안 해본 것이 없었다고 했다. 지금까지 치료 비용으로 3000∼4000만원 가량이나 썼다고 했다.

◇대상포진, 초기치료와 예방 중요, 미리 알았더라면=대상포진 발병 전, 어머니를 비롯해 그의 가족 모두 건강에는 자신 있었다. 그래서 대상포진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상포진을 미리 알았더라면 우리 가족의 삶은 180도 바뀌었을 거예요. 빨리 치료하면 나을 수 있다고 하던데 당시 우리 가족 아무도 대상포진이란 것이 뭔지도 몰랐고,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는 것이 정말 안타까워요.”

한편 2013년 대상포진 환자는 약 62만명. 가족까지 합치면 최소 150만명(추산) 이상이 대상포진으로 심리적,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다. 이런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상포진과 대처 방안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는 50세 이상의 폐경여성이나 대상포진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은 대상포진에 걸릴 위험이 높기 때문에 더 주의가 필요하다.

박휴정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대상포진은 초기에 제대로 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대상포진 후 신경통 및 기타 합병증의 발생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며 “근육통이나 초기 감기 증상이 나타나면서 몸 한쪽에 띠 모양으로 수포가 올라온다면 바로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vitamin@kukimedia.co.kr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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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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