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극비수사’(감독 곽경택)에는 극적 반전이나 화려한 편집 기법,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연출은 없다. 수사 드라마인데 수사보다는 사람 냄새가 난다. ‘친구’ ‘통증’ 등을 연출한 곽경택 감독의 사람을 보는 시선은 따뜻하기 그지없다.
영화는 1978년 부산에서 실제로 일어난 A양 유괴사건을 토대로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A양의 어머니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부산 시내의 점쟁이들을 찾아다니고, 모두 고개를 내젓는 가운데 ‘김도사’ 김중산(유해진)만이 “아이가 살아있다”고 말한다. 김도사는 “이 사람의 사주만이 아이를 살아서 찾을 수 있다”며 공길용(김윤석) 형사를 지목한다.
그렇게 수사에 합류한 공 형사는 처음부터 김도사에게 불신의 눈길을 보내지만, 김도사는 “보름 후에 범인에게 연락이 올 것”이라고 예언해낸다. A양의 행방을 좇기 위해 부산을 비롯한 서울 관할의 형사들까지 함께 합동 수사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된 공길용이지만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이의 생존 여부와 상관없이 다른 형사들은 범인을 잡아 공적을 쌓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네 아이라도 그따위로 수사할 거냐”라고 외치지만 모두가 코웃음치는 가운데 공길용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은 ‘감’을 믿는다는 김도사 뿐이다.
영화는 A양 유괴사건을 다루는 동시에 두 사람의 교감을 들여다본다. “내 관할도 아닌데 수사를 왜 하나”라고 생각하면서도 인정에 못 이겨 수사를 시작한 공길용과 처음에는 단순히 점을 쳐 줄 뿐이었지만 점점 자신의 신념에 따라 A양을 찾게 되는 김중산은 다른 듯 닮았다. 자식을 가진 아버지의 마음으로 A양을 찾아나서는 것부터 공을 가로챈 남을 외면하지 않고 결국은 제 공까지 줘버리는 모습들이 그렇다.
곽 감독은 8일 오후 서울 CGV 왕십리점에서 열린 ‘극비수사’ 언론시사회에서 “실제로 김중산 선생님과 공길용 선생님 두 사람 모두 평생 어느 곳에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살아왔다”며 “두 사람이 당시를 회상하며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을 보고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겠다고 결심했다”고 영화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배우 김윤석은 ‘극비수사’를 “소금만 찍어먹어도 되는 백숙 같은 영화”라고 표현했다. 화려한 연출이나 반전 없이 탄탄한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출연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오는 18일 개봉.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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