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건강기능식품 원료진위검사 등 도입… 제2의 ‘가짜 백수오’ 사태 막는다

식약처, 건강기능식품 원료진위검사 등 도입… 제2의 ‘가짜 백수오’ 사태 막는다

기사승인 2015-06-23 14:34:56
"원료진위별검사·자가품질검사 부적합 보고 의무화 추진… 내년부터 기능성 재평가도

[쿠키뉴스=박주호 기자] 제2의 ‘가짜 백수오’ 사태를 막기 위해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원료 진위 판별검사와 자가품질검사 부적합 보고 의무화가 추진된다.

양창숙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기능식품정책과장은 23일 오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신뢰도 회복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해 “원료 관리에 철저를 기하지 못한 것이 백수오 사건을 불렀다”고 진단하며 이같이 밝혔다.

양 과장은 “그동안 식약처는 우수건강기능식품제조기준(GMP) 제도, 이력추적관리제도, 이상사례 관리 등 건기식의 안전관리를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는 한편, 산업 활성화를 위해 GMP 지정 신청 서류 간소화 등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면서도 “결과적으로 원료관리에 철저를 기하지 못해 최근 백수오 사건이 발생했고 이번 사건이 건기식 시장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을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최종 생산제품 중심으로 관리해오던 것을 벗어나 원료단계부터의 관리 강화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련 부처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됐다”며 “이를 교훈 삼아 생산부터 판매단계까지 체계적인 원료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원료 지위판별 검사 및 자가품질검사 부적합 보고 의무화 등을 추진해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양 과장은 이날 발제자로 나선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건기식의 기능성 재평가 제도 도입 필요성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는 “지난 5월 건기식에 대한 재평가 근거 법령이 만들어진 만큼 올해는 제도 개선에 대한 내용을 듣고, 내년부터 부작용이 많은 제품과 이슈가 된 제품 위주로 재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가짜 백수오’ 사태로 추락한 건기식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건기식의 개별인정형 원료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심사 과정에서 근거 자료의 객관성을 높이고 광고 심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업계 대표로 참석한 정명준 쎌바이오텍 대표는 “개별인정형 제품의 경우 소비자가 의약품으로 오인할 만큼 기능성에 대해 지나친 표현의 광고 문구나 쇼닥터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해 소비자들이 보다 기능성이 검증된 고시형 제품보다 개별인정형이 더 나을 것으로 여기는 사례가 많다”며 “개별인정형 제품에 대한 광고 심의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건기식의 원료는 백수오, 헛개나무 등 최근 새롭게 기능성(효능)을 인정받은 개별인정형과 홍삼, 비타민,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등 이미 기능성이 충분히 입증된 고시형으로 나뉜다.

정 대표는 또 식약처가 개별인정형 제품 인정 과정에서 신청 회사가 자체 수행한 시험 결과를 수용해주는 데 대해 “신청 회사 자체 시험 외에 제3기관에서 수행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쓰인 논문이나 보고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시험이 신뢰할만한 기관에서 수행됐는지, 시험 데이터를 통계 처리한 결과가 정확한지에 대한 재검증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짜 백수오’처럼 건기식 산업 전체를 위축시킨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려면 식약처가 개별인정형 제품을 인정하는 데 그치지 말고 지속적으로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토론회에서는 국내 건기식 산업을 건전하게 발전시키려면 진짜 원료(백수오) 대신 값싼 가짜 원료(이엽우피소)로 대체하는 것을 철저하게 막는 등 제품의 표준화에 힘 써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동안 정부·관련 업계가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안전성 문제에 집중하다 보니 표준화를 등한시했고 그 결과가 ‘가짜 백수오’ 사건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정부와 관련 업계가 제품의 기능성, 안전성 못지않게 표준화(원재료 관리ㆍ가공공정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며 “이미 시행 중인 건기식 원료의 이력추적제와 우수건강기능식품제조기준(GMP)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식약처가 건기식의 기능성 평가를 전부 떠맡기 보다는 학계와 관련 산업계에 일정 부분 이를 넘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문은숙 소비자정책위원회 제품안전의장은 “이번 ‘가짜 백수오’ 사태는 현 시점이 우리나라 건기식 관리의 근본적이고 질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그동안 건기식 관련 제도가 관련 산업의 관리와 발전 등에 초점이 맞춰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건강증진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는 정책과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pi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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