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로 본 감염병 대책…지나친 낙관·일관된 매뉴얼 피해야

메르스로 본 감염병 대책…지나친 낙관·일관된 매뉴얼 피해야

기사승인 2015-07-18 06:00:55
[쿠키뉴스=김단비 기자] 한국이 메르스 방역에 실패했던 원인으로 신종 감염병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 없었던 것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한국의 특수한 의료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일관된 매뉴얼에 지나치게 의존했기 때문이라고 지적도 있다.

실제 보건당국은 지난해 만들어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대응지침 2판과 미국 CDC의 밀접접촉자 기준을 참고해 방역 대책을 펼쳤다. 그 결과 환자의 2m이내 머문 사람만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실제 감염자를 놓치는 결과를 낳았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30일 메르스 관련 서울대 보건대학원 집담회 자리에서 “정부는 메르스 발생 초기 ‘문제없다, 금방 종식된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확언을 했다. 메르스 사태의 심각성과 방역의 중요성을 오판했고 지나치게 낙관했다. 신종감염병은 ‘불확실성’을 염두에 둔 방역대책이 필요한 질병”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환자가 30명이 발생하고 격리대상자가 1300여명을 넘어섰을 때도 전파방식을 두고 비말감염과 공기감염에 대한 전문가 토론이 곳곳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한 공중보건 전문가는 “감염병 전파의 형태는 정의해야하지만 방역을 엄격히 구분짓는 요소는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파 형태는 정의하되 방역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말은 이후 벌어진 상황에서 증명됐다. 방역당국이 비말에 의한 밀접 접촉 감염 경우만 고려한 것이 격리대상자를 최소화했고 실제 감염자를 찾아내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신종감염병은 실제 감염된 사례가 적고 의료현장에서의 임상경험이 적어 참고할만한 연구논문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김창엽 교수는 “잘 알지 못하는 감염병인데도 ‘중동에서 유입된 해외 바이러스’라는 식의 정의, ‘비말감염’, ‘병원 내 감염’이라는 경직된 프레임(정의)에서 방역대책이 논의된 것이 문제”라며 “병원 내 감염이라는 낙관보다 지역사회 감염이라는 프레임에서 봐야 환자 뿐 아니라 일반 면회객 또는 보호자까지 밀접접촉자로 분류될 수 있다. 또한 중동에서 시작된 바이러스지만 한국으로 넘어온 이상 한국의 특수한 환경을 고려한 정의와 접근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정서 특유의 지나친 관료주의와 전문가 주의가 소통의 부재로 이어졌다. 대응초기 확진환자의 정보, 발생 또는 경유병원 등에 대한 정보공개가 지연됐는데 그 배경에는 일반인에게 많은 정보가 공개될 때보다 전문가에게만 공개될 때 이롭다는 전문가주의가 작동했다. 한국-WHO 메르스 합동평가단은 한국의 메르스 초동대응 실패에 대해 보건당국과 국민 사이의 투명한 소통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메르스 쇼크는 앞으로 다가올 신종감염병에 대한 대응방식의 방향을 제시한다.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 일관되고 이분법적인 매뉴얼이 오히려 방역실패 요인으로 작용했다. 조성일 서울대학교의 보건대학원 역학 교수는 “한국의 특수환 병원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미국 CDC의 밀접접촉 기준을 그대로 따른 것이 문제였다. 매뉴얼을 따르되 특수한 우리나라만의 병원 환경에 맞혀 지능적인 대처가 절실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잘 모르는 감염병에 대해서는 2m 이내 감염, 비말감염 식의 경직된 기준보다 에어로졸에 의한 공기감염, 병원 전체 감염 등 보다 많은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방역대책이 세워져야한다는 지적이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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