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등 담배 진열이 청소년 흡연율 높인다

편의점 등 담배 진열이 청소년 흡연율 높인다

기사승인 2015-08-24 09:10:55
"고3 男학생 흡연율 25%, ‘줄지 않는’청소년 흡연… TV 흡연 장면 삭제 관점서 접근해야

[쿠키뉴스=박주호 기자] 편의점 등에 가면 譏년생 ○, 96년생 ×”이라는 문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95년생 이상에게는 담배 판매가 가능하고, 96년생 이하부터는 담배를 구매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다르다. 국내 청소년들은 편의점 등에서 어렵지 않게 담배를 구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 지난해 질병관리본부 조사결과, 담배를 피우는 중고생 2명 중 1명은 편의점이나 동네 가게에서 담배를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담배를 사려고 시도한 학생 중 실제 구입한 학생의 비율은 76%에 달해 학생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담배를 ‘직접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과 함께 2개월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게 돼 있다. 하지만 불법 판매 적발은 미미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청소년들의 흡연율은 전체적인 흡연인구 감소에도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2013년 기준 고3 남학생의 흡연율은 25%로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성인 흡연율 24.9%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청소년들의 높은 흡연율과 관련, 담배업계의 판매점(PoS, Point-of-Sale) 내 제품진열 전략이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는 지난 7월 금연이슈리포트를 통해 담배업계의 판매점 내 제품진열 전략과 이에 대한 국내외 실태를 분석, 발표했다.

리포트는 담배업계가 판매점 내에서도 가장 광고 및 판촉 효과가 크다고 알려진 계산대 뒤편, 일명 ‘파워월(Power wall)’에 담배를 진열해 소비자의 충동적인 구매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파워월이 청소년 등에게 흡연과 담배에 대한 친숙한 인식을 심어 흡연 시작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리포트는 청소년이 자주 방문하는 판매점일수록 담배광고와 진열이 더 많이 이뤄지며, 청소년이 일주일에 최소 한 번 이상 판매점의 담배 진열에 노출된 경우 흡연자가 될 가능성이 50% 증가하고, 11~14세 아동 및 청소년이 담배광고가 있는 상점을 일주일에 최소 2번 방문할 경우 흡연 시작 가능성이 2배가량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 담배회사가 소매업자에게 판매점에서의 판촉 활동 명목으로 지불한 금액은 2012년 3억5746만 달러(약 4174억원)에 달하고, 우리나라 역시 한 담배회사가 편의점 내 진열 및 광고비용으로 매달 약 70억원, 연간 85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리포트는 전했다.

이에 리포트는 판매점 내 담배 진열 금지 등 보다 종합적인 흡연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05년 이후 캐나다, 호주, 태국, 아일랜드, 영국 등은 모든 판매점에서의 담배 진열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판매점 내 담배제품 진열에 대한 규제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현행 담배사업법에 따르면 판매점 내 지정된 장소에만 담배광고를 부착할 수 있다는 조항만 있을 뿐, 제품 진열에 관한 규제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한 금연단체 관계자는 “편의점 등 담배 판매점에서 버젓이 담배광고를 하다보니 청소년의 흡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그만큼 무뎌지고 성인 흡연자와 과거 흡연자는 더욱 흡연 충동을 느낄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금연을 보다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담뱃값 인상 뿐 아니라 담배에 대한 노출 또는 광고 규제 등 장기적인 안목의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려서부터 담배에 노출되다보면 성인이 돼서도 흡연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만큼 특히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담배 판매 제한과 체계적인 금연 교육 등이 더 필요하다”며 ?년 이후 TV에서 흡연 장면이 사라진 것처럼 편의점 등에서의 담배 진열 금지도 같은 관점에서 시급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pi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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